며칠 전 필자의 큰누님이 회갑을 맞았다. 예전 같으면 호텔이나 식당을 대관해 축하 화환과 현수막이 가득한 가운데 잔치상을 차려 가족과 친지, 친구 지인들이 모여 성대한 축하연을 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바뀌어 가족끼리 조용히 식사나 하자는 제안조차 누님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필자는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가 섭섭해 난화분을 보내려 조카에게 전화를 했다. ‘축회갑’ 난화분을 보내려 하니 누님의 정확한 근무지 주소를 알려 달라 하자, 조카로부터 "삼촌, 요즘은 ‘축회갑’ 같은 문구는 촌스러워요. 좀더 참신한 문구를 써보세요^^"라
최근 한 대학생이 허위 채용 제안에 속아 캄보디아로 유인된 뒤 고문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청년 한 명의 비극은 곧, 보호받지 못한 노동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건 이후,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재고용을 꺼리는 등, 부당한 낙인이 실제 고용 현장에 작동하고 있다.노동의 위기는 언제나 ‘보호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이번 사건 역시 국경을 넘어선 고용 관계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
가을이 되니 충남 곳곳에서 많은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이제 때를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만나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장 쾌적하고 야외활동에 최적화된 시기인 만큼 축제를 열기 가장 좋은 때다. 특히 농경문화와 깊게 연결된 우리 충남에 있어 수확의 계절인 가을은 가장 풍요로운 시기인 만큼 다양한 먹거리 축제가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는다.축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의 이야기가 응축된 상징으로, 때로는 그 자체가 도시의 브랜드가 된다. 세계 각국 도시들이 축제 도시를 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페인 ‘라 토마티나’나 일본
요즘 전국이 축제의 장으로 흥겹다. 이런 시기에 충청의 지역축제들을 ‘살아있는 교실’로 활용해 창의적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충청의 축제들은 그 지역의 역사, 문화, 특산품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충남의 ‘백제문화제’는 공주시와 부여군을 중심으로 1500년 전 백제의 역사를 재현하며 웅진과 사비시대의 찬란했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다. 계룡시의 ‘지상군 페스티벌’은 국방의 의미와 안보의식을 함양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논산시의 ‘강경젓갈축제’는 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는 말이 있다. 그 의미를 곱씹어 보면 나름 수긍이 가는 이야기인데 예전에는 쭉쭉 뻗고 잘 생긴 소나무는 대부분 궁이나 사찰의 대들보, 기둥, 처마로 사용하느라 잘려나가고 이리저리 휘고 못생긴 소나무는 쓸모가 없으니 무덤을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다.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한양 cc 에는 유독 멋진 소나무들이 많다. 그 이유는 코스의 일부가 과거 서삼릉 땅으로 특별히 보호를 받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한양 서쪽에 위치해 있다 해서 서삼릉이라 칭한 이곳에는
뉴욕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국인 여성이 1시간을 기다려도 음식을 받지 못했다. 뒤늦게 주문한 백인 손님들이 먼저 식사를 받고, 주방에서는 비웃음이 흘렀다. 그녀의 눈물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인종차별의 낙인이었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700만회를 넘기며 전 세계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블랙핑크 로제의 얼굴이 단체 사진에서 잘려나갔다. 세련된 무대 위에서도 차별은 은밀히 작동한다. 더 무서운 것은 존재가 아무렇지 않게 ‘삭제’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경찰이 유색인 청년의 뺨을 때리고 침을
골프는 흔히 인격의 거울이라 불린다. 18홀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 속에서 골퍼의 성품과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5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임기를 통해 대내외 국정 활동에서 리더십과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골퍼의 골프와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이다. 사소한 실수에도 벌타가 주어지듯, 대통령 역시 헌법과 법률이라는 틀 속에서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린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태도가 위험하듯 대통령도 작은 예외를 허용하며 ‘괜찮
지난 8월, 필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 개발을 위해 일본사회사업대학을 방문했다. 도쿄 기요세시에 위치한 이 대학은 일본 사회복지정책 교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하나코가네이(花小金井)역 앞에서 택시로 이동하려다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택시 승강장에서 30분을 기다려도 택시가 나타나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택시 호출 앱을 설치해 보았지만, 호출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더운 날씨 속에서 10여 분을 걸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버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동행한 한 교수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외래 교수로도 활동했지만, "하나코가네이역
매년 9월 셋째 주는 ‘청년의 날’이다. 올해도 각지에서 청년의 날 기념행사와 축제들이 준비되고 있는데, 청년에 대한 소식들은 온통 암울한 것 뿐이다.지난달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 명 이상 늘었는데, 청년층 취업자는 20만 명 넘게 줄었다고 한다. 일과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30대 ‘쉬었음’ 인구는 8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고, 질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뉴노멀이 된 저성장 기조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의 전환,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성장으로 불확실성이 증
필자는 몇 일전 출근길에, 갓길에 주차된 대형 트럭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구사일생이 이럴때 쓰는 말인가? 필자의 부주의도 있었지만 이른 새벽 어둠 속 불법 주차된 대형차는 그야말로 ‘움직이지 않는 흉기’였다.모든 차량은 등록 과정에서 차고지 증명이 필수인데, 왜 이 차량은 도로 갓길에 세워져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관련 업계 지인에게 물어본 결과,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서류상으로는 차고지를 증명해두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고, 생활권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대형차는 일반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한 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기술로 떠올랐으며, 이제 교육, 의료, 산업, 행정 등 모든 분야의 작동 방식을 재구성하고 있다.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과 인간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하리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분명한 것은 생성형 AI의 확산이 ‘대변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는 점이다.지역도 인공지능이 새로운 사회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
교육부가 지자체와 협력해 설치하는 학교복합시설 대상으로 총 12개 사업을 선정했다. 학교복합시설은 교육환경 및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학생과 지역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청과 지자체 등이 협력해 설치하는 교육?문화?체육?복지시설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1차 공모에서 7개 사업을 선정했고, 이번 8월 2차 공모에서는 그보다 많은 12개 사업을 선정했다.학교복합시설 공모 사업은 2023년부터 실시돼 현재까지 총 99개가 선정됐다. 정부는 모든 기초 지자체에 1개 이상의 시설 설치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학교복합시설 사업은
최근 필자의 사업과 협회 업무를 자문해 주시는 행정사가, 집필한 장편 소설 한 권을 보내줬다. 침대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 책상에 고쳐 앉아 밤새워 읽었다.‘남쪽에서 뜨는 달’이라는 이 소설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었다. 이는 저자의 부친이 병상에서 6개월간 손으로 쓴 수기를 바탕으로, 그 아들이 30여 년에 걸쳐 정리하고 퇴고해낸 실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이었다.(현재 그 육필수기는 전쟁기념관 ‘6.25전쟁 아카이브센터’에 소장되어 있다.)우리는 종종 역사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본다. 대통령의 연설, 장군의 회고록, 기업인의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집은 삶의 안정을 담보하고, 공동체와 연결되며, 돌봄과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단지 벽과 지붕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제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주거는 곧 돌봄이며, 주택은 곧 공동체’라는 원칙을 실현해 나가는 일본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치매 환자와 비치매인이 경계를 허물고 어울리는 공간인 오렌지 카페는 참여자의 배경이나 병력을 알 수 없어, 자연스럽고 수평적인
사회나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피해 입을 수 있는 특정 국가, 계층, 지역 등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여 전환하는 것을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고 한다. 최근 탄소중립사회 이행 과정에서 해고 등의 위기에 놓인 전통산업의 노동자들과 경제 침체에 직면한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맥락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밀집한 충남도 탈탄소 움직임을 가속화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보령
언제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전 정부와 차별화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바꾸어야 할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는 ‘단절(斷切)과 계승(繼承)’이라는 문제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계승도 중요하다. 새 정부는 ‘실용정부’를 표방하고 있으니, 아마도 그 정책의 ‘유용성’ 혹은 ‘효용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을 법하다. 그러나 실용성만 갖고 될까? 실용성 이전에 본질적인 방향성, 시대정신에 충실한 개혁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현재 교육계에서 논의되고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문득 고등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한 일화가 떠올랐다. 과거 한 현인이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농부를 지켜보다가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축력(畜力)으로 편리하게 쟁기질을 하다 보면, 결국 인력(人力)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게 되지 않겠는가?"당시에는 그저 흥미로운 고사로 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 말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된다.소를 이용한 농사, 즉 우경(牛耕)은 인간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농업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효율적인 경작을 가능케 했다.하지만 오늘날 관점에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당신은 어떤 공간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가?" 최근 EBS 다큐멘터리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를 보며 오랫동안 이 질문에 머물렀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노년의 주거지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집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삶의 시간이 스며든 장소이며 우리 존재의 일부다. 나의 흔적이 깃든 기억의 공간에서 우리는 삶의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고 싶어한다. 바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다. 이는 고령자가 요양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대신해 새 정부 5년의 밑그림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100대 국정과제 수립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정위는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지역 성장’과 ‘국토공간 혁신’을 위한 전략도 담겨 눈길을 끈다.국정위에는 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회도 별도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및 자치분권에 대한 청사진이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된다.각 지역들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해 지역 현안을 국정과제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신재생에너지나 양
요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용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의 바탕에는 실용주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유연한 실용정부’, ‘실용적 시장주의’, ‘실용외교’등 실용주의적 표현이 강조되었다.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불렸는데, 이제 이재명 정부는 ‘실용정부’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그런데 실용주의는 철학적으로는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19세기 후반 미국 동북부에서 시작된 미국 고유의 사상으로 알려져 있다."생각은 실천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