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돈서 前 석송초등학교 교장
언제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전 정부와 차별화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바꾸어야 할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는 ‘단절(斷切)과 계승(繼承)’이라는 문제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계승도 중요하다. 새 정부는 ‘실용정부’를 표방하고 있으니, 아마도 그 정책의 ‘유용성’ 혹은 ‘효용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을 법하다. 그러나 실용성만 갖고 될까? 실용성 이전에 본질적인 방향성, 시대정신에 충실한 개혁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교육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통령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국한해 논해보자.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의 저서에서 논한 바가 있다.
그 책의 내용은 9개의 지방거점대학을 관악 서울대와 함께 모두 ‘서울대’로 명명하고, 1에서 10까지 번호로 구분하며, 현재의 서울대에 준하는 예산을 각각 투입해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이 정책은 성공하면 입시지옥이 완화되고, 우수한 교육 인프라가 전국에 분산 구축되게 되어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담은 것 같다.
일견 현재의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과 교육격차 문제, 인구 절벽 등에 대응하기 위한 좋은 정책으로도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현 교육체제와 행정구역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어떤 학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의대 공화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공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공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더욱 시급하고, 세계적 수준의 공대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견 타당한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에 따라 부침하는 인기학과나 유행하는 학문조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본질에 충실하면서 ‘조화와 균형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대에 따라 인기있는 분야가 계속 변천되어 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각 분야에서 육성하는 조화와 균형의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전국을 몇 개의 광역행정구역으로 개편하는 행정대개혁을 이룬 바탕 위에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린 우수 대학을 육성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전망해 본다. 현 실용정부의 시대정신에 부합한 ‘단절과 계승’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