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골프는 흔히 인격의 거울이라 불린다. 18홀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 속에서 골퍼의 성품과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5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임기를 통해 대내외 국정 활동에서 리더십과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골퍼의 골프와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이다. 사소한 실수에도 벌타가 주어지듯, 대통령 역시 헌법과 법률이라는 틀 속에서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린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는 태도가 위험하듯 대통령도 작은 예외를 허용하며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골프는 또한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한 홀의 버디나 보기가 전체 스코어를 결정하지 않듯, 대통령도 단기적인 성과나 순간의 지지율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좇는 무리한 선택은 결국 장기적 국정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지도자는 오늘의 인기보다 내일의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골프에서 모든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골퍼에게 있다. 축구나 야구에서는 동료가 실수를 덮어줄 수 있지만, 골프는 누구도 대신 쳐줄 수 없다. 현지 골프장을 잘 아는 캐디의 조언도 조언일뿐 최종적으로는 골퍼가 결정해야한다.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참모와 장관이 조언은 할 수 있어도 최종적인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며, 잘못된 판단의 결과 또한 대통령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는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는다.
골프는 매너와 품격의 스포츠다. 동반자의 플레이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작은 행동이 오래 기억되듯, 대통령 역시 국정에서나 국제무대에서 품격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언행 하나가 국민의 자존심이자 국가의 위상을 좌우한다. 작은 배려와 절제된 태도가 오히려 큰 울림을 남긴다.
골퍼가 바람과 비, 러프와 같은 변수와 맞서듯, 대통령도 세계 정세, 경제 위기, 전염병과 재난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며 최선의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이야말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다.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올 때 남는 것은 스코어가 아니라 태도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도 같다. 임기가 끝난 뒤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업적이 아니라 어떤 철학과 자세로 국정을 운영했는가 하는 점이다. 정직했는지, 책임을 다했는지, 품격을 잃지 않았는지가 역사적 평가의 기준이 된다.
골프에서 멋진 드라이브샷보다 한타 한타를 성실히 이어가는 마음이 중요하듯, 대통령도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겸허히 국정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그리고 임기를 마친 후에도 존경받는 지도자.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홀인원 리더십’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