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

사회나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피해 입을 수 있는 특정 국가, 계층, 지역 등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여 전환하는 것을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고 한다. 최근 탄소중립사회 이행 과정에서 해고 등의 위기에 놓인 전통산업의 노동자들과 경제 침체에 직면한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맥락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밀집한 충남도 탈탄소 움직임을 가속화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보령화력 1·2호기가 조기 폐쇄된 뒤 보령은 인구가 급감해 1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 폐업률은 2021년 9.8% 급증했다고 한다. 보령 한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도내 화력발전소 22기가 폐쇄될 예정으로, 당장 올해 말 태안화력 1·2호기가 문을 닫는다. 이러한 수치들이 생계의 문제를 모두 설명하진 못한다. 최근 언론보도에서 폐쇄를 앞둔 화력발전소의 한 협력사 직원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일하는 기분"이라고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가게 문을 닫게 생긴 상인들의 걱정도 크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크다.

하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은 부족하다. 지역경제의 발전소 의존도가 높아 발전소 폐쇄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큼에도, 폐지 지역 지원을 위한 법제도 구축은 더디기만 하다. 이미 제21대 국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성과 없이 폐기됐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을 위한 재원 규모나 지원 방식에 대해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원 범위와 대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탈석탄 정책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오히려 정책의 속도를 늦춘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눈앞으로 다가온 지역경제 붕괴는 에너지 전환의 부수적 비용이 아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력은 지속 가능한 기후위기 정책을 위한 국가 역량의 시험대가 될 것이며, 그 구체적 합의점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국회에는 이미 13건의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쟁점은 다양하나 법 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법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 폐지에 따르는 문제들은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지역이 겪는 구조적인 변화를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추가적인 발전소 폐지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의 성공적인 모델 구축은 충남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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