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심리상담학부 교수

최근 한 대학생이 허위 채용 제안에 속아 캄보디아로 유인된 뒤 고문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청년 한 명의 비극은 곧, 보호받지 못한 노

동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건 이후,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재고용을 꺼리는 등, 부당한 낙인이 실제 고용 현장에 작동하고 있다.

노동의 위기는 언제나 ‘보호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이번 사건 역시 국경을 넘어선 고용 관계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 산업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한 지금, 노동을 ‘값싼 자원’으로만 여기는 구조가 여전하다면, 또 다른 희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불러온 부정적 인식의 확산 또한 심각한 복지 문제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순한 경제적 존재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그런데 일부의 범죄가 전체 집단의 도덕성으로 일반화되면서, 그들이 노동시장뿐 아니라 복지·교육·주거 영역에서도 차별받는 현상이 생겨난다. 이는 사회통합의 기반을 약화

시키고, 결과적으로 모두의 복지를 후퇴시킨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사건을 경각심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해외 취업과 관련한 사전 정보 제공과 상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청년층의 ‘위험노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간 협력과 피해 예방 시스템이 절실하다. 둘째,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정책을 복지정책의 한 축으로 통합해야 한다. 노동 현장의 인권 점검, 고용주 대상교육,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를 ‘타자’로 보는 인식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해야 한다.

노동복지의 본질은 임금이 아니라 인간이다. 국경과 언어를 넘어, 노동하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 대학생의 죽음을 타국의 범죄로만 남겨두지 말자. 그것은 우리가 외면한 돌봄의 부재, 노동의 불평등이 낳은 사회적 경고다.

이제는 이주노동을 경제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복지의 시선으로 다시 봐야 한다.

보호 없는 노동은 폭력이 되고, 연대 없는 사회는 더 많은 상실을 부른다. 그 죽음이 우리에게 던진 물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그 물음에 복지의 언어로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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