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덕 대전시 교통국장
1979년 첫 운행을 시작한 유성시외버스정류소는 40여 년간 대전 서북부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시민들이 좁은 대기 공간과 불편한 환승 환경을 감내해야 했던 이 정류소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유성복합터미널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긴 표류 끝에 대전의 교통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단순한 이전이 아니다. 민간사업자 유치 실패와 소송, 사업 중단 등 수차례 난항을 겪으며 ‘4전 5기’를 거듭한 시민 숙원사업이다. 결국 대전시가 공영개발로 전환하며 사업은 다시 궤도에 올랐고, 불가능처럼 보였던 ‘도시의 새로운 관문’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신축 터미널은 연면적 3,700㎡ 규모에 BRT 환승센터, 대중교통 연계 주차장, 문화·업무시설을 갖춘 복합 플랫폼으로 조성된다. 이동 효율성과 생활 편의를 결합한 공간으로, 교통시설을 넘어 상업·문화·일상이 공존하는 도시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대전시가 품어온 미래 도시 구상의 첫 실현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새 터미널의 핵심은 ‘시민 중심’이다. 과거 정류소의 불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공성·편의성·안전성을 3대 원칙으로 삼아 보행 동선, 환승 접근성, 주차·상업시설 이용성을 유기적으로 설계했다. 노약자·장애인·어린이 등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
또 구암역과 시내버스·BRT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강화되면서 터미널은 더 이상 고립된 시설이 아니라 도시 전체 흐름과 맞닿은 ‘열린 교통 허브’가 된다. 교통수단 간 이동 시간이 줄어들어 시민들의 일상적 이동 부담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의 결정적 전환점은 속도보다 신뢰였다. 과거 10년 넘게 표류했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대전시는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시민과의 약속을 최우선에 뒀다. 그 결과 공정률은 현재 85%를 넘었고, 준공 시점은 애초 2027년에서 내달로 2년 앞당겨졌다. 개장은 내년 1월 예정이다.
유성복합터미널은 교통시설을 넘어 지역경제와 문화가 만나는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다. 상업공간은 지역 소상공인의 기회를 넓히고, 인근 복합문화시설은 시민을 위한 커뮤니티 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한 세대가 기다린 약속이 완성되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대전시는 시민이 자랑스러워할 명품 터미널 조성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성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제 곧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