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주 월요일 저녁 근무를 하기 위해 오후 5시쯤 출근하여 교내 주변 낙엽 청소와 함께 학교 정문을 출입하는 하교생과 학부모 차량에 대한 교통안전지도를 하던 중 60대 가량의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학교를 찾아 왔다. 오늘은 초겨울 영하의 날씨로 한파주의보까지 발령된 날 이기도 하다.학교를 찾아온 아주머니는 강아지와 함께 학교 뒷산을 산책하던 중 강아지가 아주머니 손에서 이탈하여 어디론지 가버려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길 잃은 강아지를 보면 연락 좀 달라면서 협조 요청을 하러 찾아온 것이다.나는 직감적으로 작년 11월 중순
며칠 전, 두 아이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생일이 하루 차이라 늘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데 이번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듬직하고 사랑스럽게 자랐을까?’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흘러간 시간의 무게와 나 스스로의 나이 듦을 돌아보게 됐다.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그것은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이 듦은 우리가 속한 삶의 자리, 환경,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10대였을 때 나이 듦은 두려움을 넘어선 설렘 그 자체였다.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다 할 수
"청렴하지 않은 권력은 폭력일 뿐이다" 이 말은 경찰에게 가장 무겁게 다가온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일선의 공직자이다.그러나 동시에 법과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기에 청렴성은 그 어떤 가치보다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최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공직 가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과 공무원 모두 현재 가장 필요한 공직 가치로 청렴성을 꼽았다.또한 미래에도 변함없이 청렴성이 핵심 가치로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는 국민이 공직사회에 가장 바라는 덕목이 깨끗함이며 그것이 곧 국민의 신뢰 기반임을 보여준다.경찰의
"전화 받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민원인과 통화 중 이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매일 수많은 전화를 받는 공무원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이 질문은 보통 두려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이 말 뒤로는 자연스레 불만과 항의가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여느 때와 달랐다. 이어서 들린 말은 "정말 친절하시네요"였다.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이름을 듣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통화 내용은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담당 부서를 안내했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날 하루는 나도
‘MZ세대는 이렇다’, ‘X세대는 저렇다’ 식의 세대 구분이 요즘 직장에서 자주 들린다. 세대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말이지만, 오히려 사람 사이의 벽을 만드는 단어가 되기도 한다. 직장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곳이다. 그곳에서 세대 구분은 때때로 협업보다는 구분 짓기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MZ세대라 불리는 후배들과 일하면서 그들이 가진 디지털 적응력, 수평적 소통 방식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회의 자료를 간단한 도표와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하고 빠르게 공유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다. 반면,
겨울철은 기온 하강과 더불어 난방기기, 전열기구 사용이 늘어나 화재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이다.이에 소방청은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하여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고, 화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범국민적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단순한 계도성 행정이 아닌,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생활 속 예방체계 확립이 이번 캠페인의 핵심이다.최근 5년간(‘20 ~ ’24년) 충남 지역 화재의 약 26%가 주택에서 발생했고, 전체 화재 사망자의 65% 이상이 주택화재에서 발생하였다. 이는 가정이 가장 익숙한
필자는 충남도청에 근무하다 올해 1월 1일 자 대전시와의 인사 교류에 따라 대전시청 토지정보과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의 부서에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과 법률·금융 상담을 지원하는 전세피해지원센터가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 2층에 있다.충남도청이 2012년 12월 내포로 이전하고 나서 12년 만인 지난 1월, 필자가 옛 청사에 들어섰을 때의 그 낯익음과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물거리던 추억의 실타래가 술술 풀려나왔다.당시 1층 현관에 들어서면 우측에는 당직실, 맞은편에는 민원실이 있었다. 중앙계단을 올라가
"선생님이 CCTV도 관리하고, 체험학습비 정산도 직접 해요?""선생님은 아이들만 가르치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얼마 전 다른 직종에 있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다. 충남의 한 중학교 교사가 과중한 행정 업무로 인한 부담과 정신적 고충으로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던 터라 자연스레 학교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행정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자,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던 지인도 이내 놀라며 되물었다. "그게 정말 선생님 일이에요?"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실 거라 생각한다. ‘나’
"지구의 온도가 오르면 아이들의 미래는 식는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8℃상승했다. 이는 세계 평균(1.2℃)보다 빠른 속도다. 여름은 길어지고, 기록적인 고온과 기상이변, 폭염·폭우·가뭄이 일상이 되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경제와 안전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생활위기’가 되었다.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E)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이윤구조, 사회의 불평등, 정부의 의사결정구조까지 총체적으로 연결된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세대와 국가가 그 혜택을 누렸다면, 그 대가를 치를 세대
국가 연구개발(R&D) 제도의 성과평가가 ‘양’에서 ‘질’로, 다시 ‘영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현장의 문제의식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결과다. 정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개정해 기술료 배분 비율을 50%에서 60%로 상향하고, 일부 과제에는 기술이전?사업화 실적을 직접 목표로 설정하는 등 성과활용 중심의 체계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은 제도의 변화를 온전히 체감하지 못한다. 연구소와 대학의 다수 과제는 여전히 ‘특허와 논문’ 중심의 정량평가 틀에 묶여
지난 4월, ‘모두잇다’ 프로그램을 통해 세이브더칠드런 영세이버 멘토단과 이주배경아동이 처음 만났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멘토링을 이어가며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주말마다 집에만 있었는데, 멘토링 덕분에 밖에서 활동을 하게 돼 좋아요"라며 밝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희망이 느껴졌다.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여전히 언어와 정보의 벽, 그리고 제도·사회적 장벽이 존재했다. 아동들은 "한국어가 어려워서 친구들과 대화하기 힘들어요"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았고 상당수는 교육 현장에서 제도·사회적
직장인에게 ‘노후 준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연금의 불안한 전망, 부동산 시장 침체, 낮은 예금금리 속에서 은퇴 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인 과제다. 최근 주목받는 대안이 바로 ‘월배당 ETF(Exchange Traded Fund)’다. 매달 배당금을 지급받으며 마치 ‘두 번째 월급’처럼 꾸준한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월배당 ETF가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 JE
부패라고 하면 우리는 종종 거창한 사건이나 뉴스에 오를 만한 범죄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과 사회를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드러나지 않는 ‘작은 부패’일 때가 많다. 눈감아주는 사소한 편의, 규정을 잠시 무시하는 관행, 이해관계자와의 가벼운 식사 한 번이 결국 큰 사고의 씨앗이 된다.공직사회에서 ‘작은 부패’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곧 규범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예외는 다음 예외를 부르고 결국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잘못된 기준이 자리 잡는다. 처음에는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이 붙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시는 쉼 없이 팽창한다. 인구가 늘고, 교통이 확대되며,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땅 위의 풍경은 끊임없이 바뀐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변화 속에서 한 가지 사라져 가는 것이 있다. 바로 도시 속 생태계다. 우리는 회복을 택할 것인가, 개발을 택할 것인가.도시개발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적절한 개발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개발의 우선순위가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될 때 발생한다. 건축 면적을 넓히기 위해,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투리땅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자생한 생물들의
2025년 8월, 미국 백악관은 ‘더 나은 디자인으로 국가를 개혁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며, 디자인을 정부 운영의 핵심 도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쇄신이 아닌, 행정과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디자인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이러한 흐름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디자인을 국민 삶을 개선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는 2023년 ‘디자인청’을 출범시키며 사람 중심의 정책 구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도
요즘 들어 달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특히 오는 10월까지 며칠이 남았는지 세어보곤 한다. 아마도 10월 3일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니 결국 결론은 늘 하나다. 나는 놀고 싶은가 보다. 왜 자꾸만 놀고 싶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변명해보자.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인간의 마음은 본능적 욕구(Id), 이를 조절하는 자아(Ego), 그리고 도덕적 기준인 초자아(Superego)가 조화를 이뤄야 건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내 마음은 욕구 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우리 대전시는 전세사기가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관내에서도 피해자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 업무를 총괄하고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 2023년 11월 20일 전담 조직인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설치했다. 또한,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24년 3월 ‘대전광역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임차인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같은 해 6월부터‘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지원 대상은‘전세사기피해자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임차인과 법 시행(2023년 6월 1일) 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전세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이 이어온 가장 큰 명절이었다.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풍요로움을 나누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뜻깊은 날이었다. 성묘를 하고 차례를 올리며 선대의 삶을 기억하는 전통은 세대를 넘어 이어져 왔다. 그 속에는 감사와 존경,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온 정신이 담겨 있었다.국립대전현충원은 이러한 민족적 정서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명절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국민이 현충원을 찾았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묘역 앞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우리는 아동의 생존·보호·발달권 실현에 대해서 당연하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아동이 의견을 말하고, 사회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참여권’은 어떨까?2023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70%, 성인의 76%가 아동권리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참여권을 알고 있는 아동은 43%, 성인은 33%에 불과했다.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전 서구청 회의실은 매주 토요일마다 아동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 생각도 물어봐 주세요", "투표권은 없지만, 우리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누군가, 평생 마르지 않는 돈주머니와 당신의 그림자를 바꾸자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돈주머니를 얻는 대가로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버린 페터 슐레밀의 기묘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 속 그림자는 단순히 빛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 나아가 도덕적 권위를 상징한다.최근 불거진 모 국회의원 주식 차명거래 의혹은, 이 소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법을 다루는 최고 상임위원회 수장이 주식을 타인 명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