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경 청주시 서원구 시세팀장

도시는 쉼 없이 팽창한다. 인구가 늘고, 교통이 확대되며,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땅 위의 풍경은 끊임없이 바뀐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변화 속에서 한 가지 사라져 가는 것이 있다. 바로 도시 속 생태계다. 우리는 회복을 택할 것인가, 개발을 택할 것인가.

도시개발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적절한 개발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개발의 우선순위가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될 때 발생한다. 건축 면적을 넓히기 위해,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투리땅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자생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행정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 불가피성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도시 속 생태계는 단지 자연을 보전하는 의미를 넘는다. 그 자체가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 도시숲은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심 온도를 낮추며, 빗물을 머금어 홍수를 예방한다.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는 공간은 교육과 휴식, 정서적 안정의 장이 되기도 한다. 흔히 ‘삶의 질’이라고 부르는 요소들 대부분이 도시 생태계에 기대어진 결과다.

행정은 이제 ‘개발 이후 복원’이 아니라, ‘개발 전 고려’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하천을 덮고 도로를 내는 대신, 하천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통 체계를 설계할 수는 없는가. 도시개발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생태 전문가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보다 정교하게 적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이미 훼손된 도시 생태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병행돼야 한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훼손된 하천과 습지, 공업지역 등을 복원해 시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도시 재생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일부 도시가 ‘생태 회복 중심’의 도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에서 생태계를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행정이 개발을 주도하는 만큼, 생태계 보전도 주도해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란 단지 건물과 도로로 채워진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개발은 쉬운 길이고, 생태는 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그러나 행정은 빠른 길보다 옳은 길을 택해야 한다. 옳은 길은 쉽지 않지만, 꼭 해야만 하는 길이다. 회복이냐 개발이냐, 이 질문 앞에서 이제는 명확하게 답할 때다. 도시의 미래는 생태계와 함께할 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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