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역본부 대전아동권리센터 사원

우리는 아동의 생존·보호·발달권 실현에 대해서 당연하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아동이 의견을 말하고, 사회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참여권’은 어떨까?

2023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70%, 성인의 76%가 아동권리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참여권을 알고 있는 아동은 43%, 성인은 33%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전 서구청 회의실은 매주 토요일마다 아동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 생각도 물어봐 주세요", "투표권은 없지만, 우리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있어요" 등 아동들이 직접 정책제안문을 쓰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들은, 참여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아동권리의 본질임을 분명히 증명했다.

그럼에도 사회의 무관심은 여전히 뚜렷하다. 통계청 조사 결과 아동·청소년의 절반 가까이가 ‘아동·청소년 참여기구’ 존재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동들에게 참여기구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인데, 절반이 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아동의 참여권을 얼마나 소홀히 다루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아동 참여기구 활동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아동 스스로의 자기효능감을 일깨우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다.

아동의 참여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걸친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아동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아동권리학자 로저하트(Roger Hart)가 제시한 ‘참여 사다리’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아동이 주도적으로 성인과 의사를 공유하고, 나아가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진정한 참여가 이루어진다.

두번째로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 이번 활동 중 디지털 환경 속 문제 발생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던 아동들이 있었다. 사회복지이론 중 하나인 ‘환경 속의 인간’에 따르면 아동의 행동 또한 환경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문제 상황에 있어 아동 개인만의 요인으로 이를 해석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아동들을 권리의 주체로 여기고 아동들 생활에서 서로 존중되고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아동들을 둘러싼 환경들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을지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사회가 일상생활에서 아동을 더 이상 어른의 소유물이 아닌 온전한 인격체로 인지하고 아동의 참여를 포함한 모는 권리를 존중할 수 있도록 국내외로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 앞장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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