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지역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피해자 모임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전세피해대책팀이 지난 6월 12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에서 정부와 대전시에 전세 피해 전수조사 및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전지역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피해자 모임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전세피해대책팀이 지난 6월 12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에서 정부와 대전시에 전세 피해 전수조사 및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전에서 전세사기를 벌이다 미국으로 도주한 임대인이 현지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 대전에 다가구주택 빌라 11채를 소유한 40대 임대인 일가족이 지난 5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6개월째 도피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고 한 언론이 어제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이 임대인이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미국 애틀랜타에서 최근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한 사실을 알고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 일가족은 고급 주택에 살고 있고, 아들은 현지 고급 사립학교에 다닌다. 이 임대인은 세입자들에게 선순위 보증금을 속이는 방식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만료일이 도래하자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고소장을 낸 피해 세입자가 75명이나 된다. 피해 금액이 5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인터폴 공조를 통해 미국에 있는 피의자 검거에 나섰다. 전세금을 빼돌려 도박을 하거나 명품을 구입한 임대인도 있다.

지난 6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대전에서 전세사기로 인정받은 피해 건수는 현재 450건에 이른다. 최근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져 피해 건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전에선 하루 10건 안팎의 전세사기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대전은 수도권 다음으로 전세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95%는 다가구 주택 임차인이다. 대전은 주거용 건축물 3채 중 1채가 다가구주택일 정도로 전국에서 다가구주택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럼에도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특별법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서둘러 법을 제정하다보니 다가구주택 세입자를 빼놓은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일상이 망가지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고 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는 호의호식하며 두발을 쭉 뻗고 잠을 잔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는 힘없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악질 범죄"라며 "반드시 처단해 달라"고 주문했다. 수사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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