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등기 못하는 건물 특성상 전세사기 표적되기 쉬워
市, 다가구주택 비율 높아 피해 속출… 관련 대책은 ‘미비’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9명이 다가구주택 거주자로 파악된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역시 대부분 다가구주택을 대상으로 이뤄져 관련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8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지역 전세사기 피해 720여건 가운데 95%가량이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피해자로 인정된 건은 446건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다가구주택 피해 비율은 전국 평균치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지원 현황’을 보면 다가구주택 피해 비율은 11.3%에 불과하다. 다세대주택이 32.3%로 가장 많았고, 오피스텔과 아파트·연립주택이 각각 26.2%, 21.8%로 그 뒤를 이었다. 대전은 다른 지역보다 다가구주택 비율이 높아 이를 노린 전세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건축행정시스템의 시도별 건축물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전의 다가구주택은 3만 466동으로 대전 전체 주거용 건축물(9만 894채)의 33.51%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국 주거용 건축물 457만 6715채 가운데 다가구주택 비율은 12.9%에 불과하다.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3000억원대(추정)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도 다가구주택 임차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은환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 150여건 중 오피스텔이나 토지 사기피해 몇 건만 빼면 거의 대부분이 다가구주택 피해"라며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관련 대책은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가구주택은 개별 등기를 할 수 없다는 건물 특성상 전세사기 표적이 되기 쉽다. 건물 하나에 여러 세대들이 포함돼 있다 보니 후순위 임차인이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전세사기 일당 역시 이런 허점을 노려 임차인들에게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를 실제 금액보다 낮게 허위 고지하는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인은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근저당이나 선순위 인차인들의 보증금 등의 정보를 중개사에게 줘야 한다. 또 중개사는 그 정보를 임차인에게 알려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에 대한 처벌조항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전세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제대로 보상받기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건물이 통째로 경매로 넘어가기 때문에 낙찰되더라도 선순위 임차인부터 배당금을 받고 나면 후순위 임차인은 대부분 배당금을 받지 못한다.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전 서구 다가구주택에 거주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 씨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매매가가 2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특별법상 피해자에게 부여되는 우선매수권은 사용할 수조차 없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사실상 다가구주택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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