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下편
대책위 출범 반년 만에 첫 간담회 열려
이장우 시장 요청으로 간담회 1시간 연장
올해 상반기까지 조례 제정 약속하기도
개인이 피해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없어
국가서 시스템 부재 인정 후 개선 힘써야
정부서 제도 고민할 때 현장과 괴리 있어
지원방안 등 마련시 현장 이야기 들어야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사진=조선교 기자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이 전국을 덮친 후 정부와 지자체는 뒤늦은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피해자들은 ‘허울뿐인 대책’이라고 비판한다.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정부, 지자체에 호소하고 있다. 탁상행정만으론 지금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 피해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없다는 일성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이뤄진 간담회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담긴 조례에 담고 피해자의 편에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줄 것을 약속했다는 것. 대전의 피해자들은 이장우 대전시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전세피해 방지 및 주택임차인 보호 조례’가 제정되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이와 관려해 충청투데이는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각 자치단체에서도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대전의 경우 어떠한가

“지금까지 대전시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자체가 제도를 마련하려면 피해자의 상황, 피해 유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제도를 만들지 않겠나. 그동안 대책위는 이렇게 주장하는 상황이었지만 대전시는 대책위를 만나주진 않았다. 그러다가 TF팀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거기서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지자체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지난해 9월 10월 정도에 실국장 간담회를 실시했지만 아직 결과로 나타난 것은 없다. 하지만 대전보다 늦게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부산시가 즉각적인 월세지원, 이사비 지원 등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전이 왜 이렇게 느린지 의문이 들 뿐이었다. 그래서 대전시에 “대전은 부산보다 왜 느리냐”고 물으니 당시 시에서는 부산은 지원센터도 있고 했기 때문에 규모가 다르다고 답했지만 피해자들이 공감하긴 어려웠다.”

 

-다행히 최근 이장우 대전시장과 대책위가 첫 간담회가 가졌다. 결과는 어땠는지.

“지난 24일 대책위 출범 후 6개월 만에 이장우 대전시장과의 첫 간담회가 이뤄졌다. 다소 늦은 것이 아니었냐는 아쉬움은 있지만 소통의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초 1시간이었던 간담회는 이 시장의 요청으로 1시간 연장되면서 보다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이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책위,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완성도 높은 조례안과 실효성 있는 피해자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소통과 논의를 이어가겠단 의지도 밝혔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조례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대전시의 적극적인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지원이라는 이 시장의 기존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대신 상위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경우 직접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피해자를 대변하겠단 의지도 밝힌 만큼 간담회 자체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대전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자체에서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마련해 주긴 힘들지 않나. 그렇다면 이자지원이나 월세·이사비 지원, 불법건축물 근린생활시설이 많으니 그거에 대한 정상건물로 만들기 위한 복구비용이라던가 이런 제도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근데 대전시의 입장은 그런 제도는 다른 시에서 하는 걸 보고 얼마나 집행됐는지 보며 집행률이 낮으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그런 것이 중요치 않다. 대전시가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무언가라도 움직여주길 바란다. 피해자를 이해하고 있구나를 그런 데서 느끼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아예 결과가 없다 보니 피해자들은 대전시는 뭘 하고 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진행한 간담회에서 대전시의 적극적인 자세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서 나온 이장우 시장과 대전시의 약속들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개인이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지금의 피해자들이 부동산 계약 당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건물 가격에 맞게 보증금액에 맞게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 뿐이다. 그래야만 전세사기 피해 발생 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중개인에게 책임을 물 수 있다. 중개수수료로 적정금액을 내지 않으면 전세사기 피해 발생 시, 중개인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선 개인과 피해자가 아닌 국가가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임대인과 계약을 시행할 때 우리가 마트에서 단순하게 물건 구입하듯 한 게 아니지 않나. 국가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을 부여한 사람, 그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 하다못해 중개 수수료를 정당한 가격을 내고 우리가 정보가 없으니 그 권리가 없으니 위임한 것이다. 그렇게 계약을 시행했다. 하지만 국가는 이 과정을 개인 간 사거래로 보고 있다. 만일 피해자들의 계약이 개인 간 사거래였다면 임대인이랑 임차인이 일대일로 만나서 수수료를 내지않고 직접 계약했어야 한다. 하지만 가운데 국가에서 자격을 부여한 부동산 중개인이 껴있지 않나. 집은 임대인이 골랐지만 계약과정이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어떻게 개인간 사거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세사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국가의 시스템 부재 인정하고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하는 방법뿐이다. 개인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앞으로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선제적인 피해자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제도를 마련할 때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국토교통부부와 간담회를 했을 때 국토부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긴급주거 공공임대 우선공급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긴급주거 임대를 신청하고도 6개월을 대기하는 분도 있다. 공공임대 매물이 있는 줄 알았으나 매물이 없어서 입주를 대기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중앙 정부에서 제도를 고민하는 쪽과 현장의 상황은 괴리가 있다. 실무 부서로부터 보고는 받겠지만 문서로 아는 것과 현장에 직접 와보는 것은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지난해 대책위가 특별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할 때 시민으로부터 “이걸 왜 국가에서 해줘야 하냐”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순간 “이걸 국가가 해주지 않으면 누가 해주나. LH도 사기를 당하는 판국에 일반 시민이 어떻게 사기를 피해 갈 수 있겠냐”라고 물어보니 답변을 못하시더라. 지금 전세사기의 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2차 가해의 말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고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에서 거기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전세사기는 피해자의 무지나 잘못이 아닌 사회적 ‘국가적 재난’이라는 것이다. 전세사기는 당시의 제도적 허술함으로 인해 막을 수 없는 예견된 일이었고 시한폭탄 같은 문제다. 언제든지 피해의 주체가 내가 될 수 있다. 이를 피해자의 탓으로 바라보지 않고 정부를 꼬집어 주시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세사기 문제는 절대 개인 간의 사거래가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도 이를 인정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무언가 정책을 내놓을 때 사회적 합의를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전세사기에만 이런 잣대를 들이미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문제도 공적자금 85조는 아무렇지 않게 즉각 투입하면서 국가제도의 허술함으로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반감을 갖고 있는지, 인정을 하고 있지 않은지 피해자들은 애꿎은 속만 터질 뿐이다. 이 문제는 계속 일어나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것이다. 이것은 장담할 수 있다. 정부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 나쁜 범죄자를 엄벌하고 그 어떤 문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과 함께 더 나은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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