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上편
작년 전세사기 피해로 끔찍한 해 보내
피해자 목소리 내기 위해 대책위 출범
대전 피해자 안 알려진 아픈 사연 많아
1인 가구·신혼부부 ‘청년’ 피해자 다수
‘단순 부주의’ 프레임, 정부가 만들어 내
공적기관 LH도 전세사기 당하는 상황
정부 시스템 문제로 개인 피해자 생겨
수혜 못받는 피해자 지원 대책도 문제
조건 많고 범위 좁아… 사각지대 ‘여전’

▲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지난 한 해 전세 사기가 대전을 비롯해 전국 각지를 휩쓸면서 부동산 시장의 변화까지 초래했다. 빌라,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전세 거래가 줄고 전세가 역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움직일 만큼 파장이 컸다. 일련의 사태는 공적 시스템 내에서 벌어졌다. 국가가 자격을 부여한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고 국가가 내세운 전세 자금 대출 제도를 이용한 경우도 상당했다. 그러나 시스템 내 사각지대가 분명했다. 정부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뒤늦게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그러면서도 전세 사기를 ‘개인 간 사거래로 벌어진 일‘로 규정하며 피해자의 가슴을 후벼 팠다. 여기에 "당신들의 부주의를 왜 국가에서 도와줘야 하냐"는 2차 가해는 그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정부의 시스템 부재에 따른 ‘사회적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화살이 피해자를 향했다.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고 피해자들은 당장 살 곳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품은 채 새해를 맞았다. 그들의 연대와 서로의 위로, 의지가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한 해를 보냈다. 충청투데이는 이와 관련해 박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빌려 두 차례 걸쳐 대전지역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 주>

-지난 연말은 어떻게 보냈는지.

"지난 연말보다는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저는 지난해 3월까지 초기 계약했던 기간이 만료돼서 계약 연장을 하려고 임대인과 연락해 계약을 연장하기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 안내문이 붙었다. 은행에서 대출 재심사가 이뤄졌음에도 피해 당사자가 돼서 끔찍한 한 해를 보내게 됐고 그 뒤로 각 정당 간담회 등을 참여하며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대책위 준비위를 시작으로 정식 출범은 7월에 대책위가 출범하게 됐다."

-그간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의 비보,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전해지기도 했다. 어떤 일이 있었나.

"건물별로 특이 케이스가 발생했을 때 대책위에 말해주면 좋은데 안 좋은 일로 같이 엮인 상황이다 보니 피해자분들이 더 안 좋은 이야기들은 최대한 안 하시려 하는 것 같다. 그런 문제는 같은 건물끼리만 알고 쉬쉬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피해자 중에서 사실 인지 후 희망을 잃으신 채 안 좋은 선택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 둘 다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사례 등이 있다. 대전의 경우 다가구라는 특수성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 그런데 다들 안 좋은 상황에서 만났다 보니 더 안 좋은 상황들을 조금 공유 안 하려는 부분이 있어서 사실 돌아가신 분의 사례도 건물 피해자분들끼리 쉬쉬하다가 언론사 인터뷰를 하면서 대책위에 알리는 경우였다. 일찍 알았으면 추모를 좀 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대책위를 통해 서로 연대하거나 의지하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으리라 보는데.

"일단은 저희는 지금 피해자 분들이 그냥 임대차 계약서나 본인인증을 거쳐 들어오는 대전지역 피해자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다. 대책위에서 그 방을 운영하는데 흔히들 거기에서 많이 물어보시고 정보 공유가 그 방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다 같이 피해를 입다 보니 서로 알려주고 임차권 등기설정방법이라던가 피해자 신청 서류라던가 실질적으로 국토부나 시, LH가 전화통화가 안 될 때가 많은데 그런 때에도 통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피해자끼리 물어보고 공유하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 피해자도 있고 그런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피해자들은 은 어떤 사람인가 공통점을 꼽자면.

"피해를 입은 분들은 다양하다 유형화는 쉽지 않지만 큰 분류로 보면 나이대로 유형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대전의 경우 나이대로 보면 청년 피해자가 많은 상황이다 청년이면 거의 대부분이 1인 가구 또는 신혼부부로 20·30대 사회초년생이 피해를 많이 입고 있다. 청년 피해자의 경우는 대부분 아파트나 주택 매수 자금이 없어 일부 대출을 실행해 전세로 현 주택에 거주하며 다음 주거지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간 집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다."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피해자의 ‘단순부주의’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개인 간 부주의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게 정부 때문이라 생각한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장관이 전세사기는 ‘개인 간의 사거래’이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그런 프레임이 씌워지게 됐고 ‘너희가 잘못 알고 정보가 없어서 그랬던 건 데 이걸 왜 국가에서 배상하고 보상을 해줘야 하냐’는 악플들이 피해자가 뭔가를 할 때마다 많이 달린다. 그렇게 따지면 역으로 LH에서 그렇게 계약을 했던 건들도 전세사기를 많이 당하고 있다. 지금 피해건물마다 최소 3~4 가구가 LH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사례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말해서 그냥 국민 세금으로 탕감이 되고 있다. 공적기관인 LH도 당하는데 개인이 어떻게 안 당할 수 있겠나.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것이 ‘정부의 시스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월세, 전세 그리고 지옥’이란 책을 펴냈는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월세, 전세 그리고 지옥’은 대책위에서 발간했고 홍보팀 부위원장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책 속의 피해 사례에 제 사례도 들어가 있고 일부 위원들의 사례, 일반 피해자 사례도 담겨있다. 그 책을 펴 내자라는 이야기가 오가게 된 계기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피해자가 겪은 전세사기가 단순 부주의로 발생한 개인 간의 거래 사고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을 좀 알리고 싶었던 의도였다. 그러기 위해 같은 일로 고통받는 사연을 다양한 케이스로 담아보자는 이야기가 오갔고 거기에 적합한 것이 사례집이라고 판단돼 발간하게 됐다."

-현재 정부가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할 말이 많다. 정부의 지원대책을 보고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특별법임에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 법이다’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법임에도 대전 지역의 피해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다. 국토부로부터 피해자라고 인정을 받았음에도 각 제도별로 요구하는 조건이 많고 범위도 좁다. 이미 시행 중인 제도나 정책에 지원 대상 한 꼭지를 전세사기 피해자로 넣은 것이기 때문에 기존 수혜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LH가 대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다가구 피해의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인지해 적극적으로 매입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한창 나왔었다. 경매 전 LH가 먼저 감정평가 금액에 건물을 협의 매수하는 부분인데 그에 대한 방안도 발표했으나 실질적으로 공공매입이 성사된 매물은 0건이다. 발표만 해놓은 거지 실행하기까지의 단계가 까다롭고 그 절차마저 실무자에게 지침도 내려가지 않은 일들이 허다하다. 또 대전에서 일어난 피해 다가구 주택의 경우, 대부분이 불법건축물·근린생활시설이다 그런데 LH는 불법건축물이나 근린생활시설은 매입한단 의지가 없다. LH가 매입을 발표하면서 일반 시민들은 ‘대전의 다가구 피해자들이 수혜를 받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수혜를 받은 제도가 없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협의매수 임차인 외에 다른 채권자가 없는 매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등기가 복잡하지 않은 매물부터 매입한다는 것인데 그것도 올해 2월이 시작이다. 지금 대전지역 피해가 지난해 4,5월에 시작해서 계속 다가구의 피해가 이만큼 크고 더 피해가 커질 거고 특수성이 있다고 계속 목소리를 냈다. 그나마 검토해서 낸 방안이 LH의 협의 매수인데 그마저도 등기가 임차인들 외에는 선순위가 없는 것부터 한다는데 대전의 경우에는 단언컨대 다른 채권자나 은행권이 껴있지 않은 곳은 희박할 것이다." <29일 2편 계속>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활동사진.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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