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말은 마음을 움직인다. 고로 말재주가 뛰어난 것은 큰 장점이다. 특히 소통이 중요한 사회생활에선 더욱 그렇다. 언변술사들은 호감을 얻기 쉽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화술(話術)은 처세술(處世術)과도 연관이 깊다. 말을 잘하면 분위기를 주도한다. 관계 또한 쉽다. 그렇다 보니 많은 직업들이 ‘언변’을 중히 여긴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MC ·영업직·강사 등이 있다. 말을 잘해서 손해 볼 일은 거의 없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언변술사를 경계하는 시선은 분명 있다. 언변을 나쁜 쪽으로 쓰는 사람들 때문이다. 일명 ‘사짜’ 사기꾼들 말이다.
☞우리나라는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범죄 유형이 ‘사기’다. 실제로 지난해 형사 공판사건 범죄 유형 1위는 ‘사기·공갈죄’다. 사기 유형도 가지가지다. 보험사기·중고거래사기·전세사기 등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도 한 축을 담당한다. 여기서 놀라운 건 한국인들이 그렇게 ‘헐렁이’들이 아니란 점이다. 남을 그렇게 쉽게 믿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생각해보면 안다. 가족이나 지인이 다소 믿기 힘든 소리를 한다고 가정해보라. 거기에 "오? 그렇구나"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몇 없다. 보통 "에이 거짓말치지마"·"사기치지마"라고 답한다. 이렇게 ‘경계의 민족’임에도 우리는 당한다.
☞사기꾼들이 매우 치밀하고 간교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은 매우 화려하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말이다. 오죽했으면 ‘사기꾼의 소리는 숨소리 빼고 다 거짓말’이란 말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마음을 악용한다. 가장 약한 부분을 가장 악랄하게 공격한다. 대부분의 사기꾼들은 시간·정성을 들여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사기를 친다. 믿음을 쌓은 뒤 배신하는 거다. 악마 같은 존재들이다. 혹자는 ‘당한 사람도 바보’라며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피해자는 죄가 없다. 속인 놈이 문제다. 아무리 똑똑해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사기다. 그리고 그 정도로 철저한 사기꾼이 잘못이다. 남을 속이기 위해 사는 인간들이 문제다.
☞요즘 가장 화제 인물은 단연코 전청조다. 전 씨는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남현희의 전 약혼자다. 놀라운 건 그는 이름 빼고 모든 게 가짜다. 출신·직업 등 모든 게 거짓이다. 더 놀라운 건 필요에 따라 성별도 바꿨다는 것이다. 태초는 여자였지만 때에 따라서는 남자가 되기도 했다. 성전환 수술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여자와 결혼한 적도 있으며 남자와 약혼한 적도 있다. 재벌 3세라 우기며 연극도 해왔다. 그러나 다 거짓이다. ‘전청조’가 아니라 ‘전창조’인셈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기 치고 다녔다. 피해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속이고 다녔으면서 얼굴을 내놓고 인터뷰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사기꾼들은 자꾸 늘어난다. 사기죄는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다. 수억 원대의 사기에도 1~4년밖에 안 산다. 그러나 피해 금액 회수는 쉽지 않다. 전체 5% 정도만 회수된다. 사기꾼들은 한탕하고 돈을 빼돌린 뒤 교도소에 간다. 그리고 조금 살다가 나온다. 범인이 잡혀도 피해자들을 웃지 못한다. 대전 전세 사기범 역시 미국에서 호의호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기 범죄에 대한 관대한 법이 달라져야 할 때다. 제2의 전청조가 나와선 안된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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