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노래하는 자영업자 권현균씨
청주서 의류 판매하는 평범한 가장
코로나 이후 지갑 사정 안 좋아져
답답한 마음에 매장서 마이크 들어
단골 하나둘씩 생기며 ‘희망’ 생겨
올해 지역 가요제 입상·버스킹 목표
유명해져 지역 상권에 도움 되고파
장기적으로 손님 늘리는 대책 절실
지역화폐인 청주페이 혜택 늘려야

노래하는 자영업자 권현균씨.
노래하는 자영업자 권현균씨.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주찬식 수습기자]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엔데믹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소상공인들이 이제는 ‘꽃길’을 걸을까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충청권 자영업 폐업률은 오히려 코로나 시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함께 코로나 지원금마저 끊긴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시기보다 더 떨어진 매출에 소상공인들은 한평생 일군 삶의 터전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고금리·고유가·고환율로 인한 국내 소비 심리 위축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이제는 소상공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개인 개인의 재능과 매력을 앞세워 고객몰이에 나섰다. 본인만의 무기인 노래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자영업자 권현균(48) 씨를 만나 삶과 일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노래로 힘든 현실 바꿔보고파"

청주시 용암동에서 남성복을 판매하는 권씨는 겉보기엔 결혼한지 18년 된 아내와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다. 청주 모 대학에서 환경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친한 선배의 권유로 27살에 청주백화점 남성복 판매원 일을 시작했다. 그때 만난 아내와 8년의 열애 끝에 결혼해 이제는 50살을 바라보는 중년의 가장이 됐다. 의류 판매원과 대리점 매니저를 거쳐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매장의 대표가 됐다. 남성복을 판매한지는 올해로 20년, 현재 자리에선 5년째지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가게 매출은 바닥을 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엔 넉넉히 용돈 쓸 정돈 됐지만 지금은 그때의 반도 안 된다. 특히 지난해엔 손님이 한명도 없는 날이 많아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주지도 못했을 정도다. 그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 때보다 지난해와 올해 더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얇아지는 지갑 사정이 가장의 어깨를 짓눌렀다. ‘뭐라도 해야된다’는 생각에 10년전에 샀던 오래된 통기타를 손에 쥐었다. 한평생 일궈온 본인의 남성복 매장에 자그마한 스피커를 놓고 마이크를 설치했다. 마음 가는대로 부르던 노래에 한숨을 날려 보냈다. 한숨 섞인 노래가 손님에 닿았는지 점점 단골들이 생겼다. 단골손님이 매장 의류를 두 손 가득 사간 이후 그는 ‘노래가 현실을 바꿔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단골이 처음 생긴 그 날을 기억하며 말을 이었다. 권씨는 "원래는 장사가 안 돼서 답답한 마음에 매장에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단골들이 생기니 그때 느꼈다"며 "내가 잘하는 노래로 매출을 올려보자고. 그렇게 지금까지 매일 10곡 정도를 부르고 있다. 단골들이 오면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드린다. 더 많은 단골이 생겨 힘든 상황이 좀 나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역 가요제 입상이 올해 목표, 버스킹 계획도

권씨는 지난해 9~10월 제천 박달가요제, 보은 속리산가요제, 청원 생명가요제에 참가했다. 무리한 연습과 컨디션 난조로 입상하진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는 무심천벚꽃가요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가요제에 입상해 본인 매장은 물론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근처 상인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워낙 인근 상권에 손님이 적다 보니 손님이 들어오면 권 씨를 본인 매장으로 불렀던 적도 있었다. 권씨는 주변 반응이 좋아 무대를 매장 밖으로 넓힐 생각이다. 날이 풀리면 율봉근린공원에 기타를 들고 나가 노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활동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손님들을 동네 상권으로 불러들일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일단 지역가요제에서 상을 받아서 유명해지고 싶다"며 "그럼 제 노래를 들으러 매장에 오는 손님들도 늘어날 거고 손님들이 많아지면 저희 가게 옆에 있는 식당이나 여성복 매장도 긍정적인 효과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새 옷을 매장에서 사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어 매장에서만 노래를 부르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날이 좀 풀리면 산책하는 사람이 많은 공원이나 인근 야외 무대에서 노래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소상공인 위해 청주페이 활성화 대책 필요해

권씨는 지역 상인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선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지역화폐인 청주페이의 혜택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주페이의 혜택이 줄어들기 이전 권씨의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10%는 청주페이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청주페이 충전 한도가 30만원→20만원으로 줄고, 인센티브 지급이 10%→7%로 감소하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사태 때처럼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지급은 급한 불을 끄는 데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손님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청주 페이의 한도를 늘리고 인센티브 지급 비율을 높이는 등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 최종 목표는 상권에 이바지하는 ‘청주 가수’

권씨에게 최종 목표를 묻자 그는 동네를 넘어 본인의 노래를 부르는 ‘청주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앨범에 제작되는 상당 비용을 부담하기엔 갈 길이 멀다. 하루빨리 힘든 시기가 지나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한숨 돌렸으면 좋겠다며 힘줘 말했다. 그는 "욕심같아서는 나만의 노래를 담은 앨범을 내고 싶지만 비용적인 부분이 따라주질 않는 게 현실"이라며 "내 욕심보단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제 매장과 근처 상권을 위한 노래를 이어갈 생각이에다. 언젠가 소상공인들이 ‘꽃길’을 걸을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주찬식 수습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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