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보석캠페인] 식물생명과학공학자를 꿈꾸는 소은이
토양지하수캠프 참가 후 환경에 관심
30년 후 터전 온난화로 많이 바뀔 것
물 없이 자라는 식물 연구하고 싶어
주변서 다들 “실현 불가능” 말하지만
포기않고 통일벼 개발 ‘허문회’ 존경
시행착오 겪더라도 연구 증명해낼 것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식물생명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할아버지가 농사지으시던 땅에는 지렁이와 벌레가 같이 살았고 땅이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제가 사는 곳은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덮여 있어 땅이 답답할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충남대학교과 주관하는 토양지하수캠프에 참여한 적 있습니다. 그때부터 토양과 환경에 더욱 관심이 생겼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 30년 후 우리의 터전이 지금과 많이 다른 환경으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처럼 말이죠. 그로 인해 자원이 부족해지고 생존에 필요한 양식(糧食)도 예외가 아니겠습니다. 그래서 뒤바뀐 생태계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싶어 식물생명공학자를 꿈꾸게 됐습니다."
-‘과학자의 터무니없는 소리가 현대엔 당연한 것이 됐다’는 소은 학생의 말이 인상적이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 중 빛, 산소, 물은 탄수화물(에너지)로 변환하는 식물 내 과정인 광합성을 위해 필요합니다. 제가 연구하고 싶은 ‘물 없이 자라는 식물‘에 대해 학교 선생님, 어느 대학교 교수님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안 되는 것인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는 평가절하는 과거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명, 연구를 해냈을 때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같은 불가능의 우려를 가능의 현실로 바꾸며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확신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로 발상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고 앞으로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물 없이도 자라는 식물을 개발하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많은 소은 학생이 건강한 지구를 위해 실천하는 행동이 있다면.
"분리수거할 때 페트병에서 라벨을 분리해 버리고, 택배박스에 스카치테이프 비닐을 벗기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샤워할 때는 물을 끄고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합니다. 또 에코백을 주로 용하고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하나둘 모이면 바뀌지 않을까요. 세계 모든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중앙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해 교내외현장실습으로 앨리스팜(조직배양)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하려면 기초적인 지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라이프사이언스의 식물생명공학 전공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공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진학을 위해선 내신 관리가 필수입니다. 영어, 수학, 문학을 중점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기회로 국립종자원에서 2박3일간 종자검정, 유전자분석(DNA 추출, PCR, 전기영동) 등을 배우게 될 것이고 이러한 지식은 나중에 식물생명공학자가 됐을 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숨은보석찾기 사업을 신청했다.
"숨은보석찾기 덕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에는 학교 내신이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반영됩니다. 3학년 1학기까지는 내신 관리에 집중하고 여름방학이나 2학기 때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지식과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특히 가능하다면 전 세계에 2곳밖에 없는 씨드볼트(종자저장소)를 견학하고 싶습니다."
-대전에는 여러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식물생명공학자가 되면 대전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기회가 된다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현재 기후·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식물개량 원천기술 개발, 식물의 생명활동 원리를 밝히기 위한 유전자 기능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에서 저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과학자, 또는 분야를 떠나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
"’허문회 박사님‘을 존경합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까지 대한민국은 베이비붐으로 크게 늘어나는 인구를 쌀 생산량이 따라오지 못해 식량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잘 자라는 쌀’이 절실했고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유능한 농학자들이 모였습니다. 그중 허 박사님은 생산력이 높은 벼 품종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고 필리핀에 있는 국제 미작 연구원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결과 세계의 벼 육종가들이 놀랄만한 성과인 인디카 종 벼와 자포니카 종 벼를 창의적으로 교배시켜 ‘통일벼’를 개발해냈습니다. 당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백번의 시험과 시행착오를 끝에 업적을 낸 허 박사님을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과학자, 어떤 식물생명공학자가 되고 싶나.
"식물생명공학자로서 지구온난화로 뒤바뀐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개발 및 연구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허문회 박사님처럼 포기하지 않고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지구온난화가 가져오는 재앙(기후변화)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물 없이 자라는 식물’, ‘선인장, 알로에같이 최소한의 물로도 살 수 있는 식물’, ‘뒤바뀐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연구하고 증명해내고 싶습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