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衆口難防)’. 여러 사람의 말을 막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이다. "어렵게 마련된 공청회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결론도 내지 못한 채 5분 만에 끝나버렸다". 이 말의 사연은 아주 깊다. 중국 주나라 여(勵)왕이 자신을 비방하는 자를 죽이고 밀고자를 포상하는 등 공포정치를 하자, 한 충신이 지부상소(持斧上疏)의 심정으로 충언을 했다. "내 정치 솜씨가 어떻소!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지 않는가"라는 여왕의 헛소리에 충신이 응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
변호사의 영어 표현은 'barrister' 혹은 ‘bar’라 한다. ‘bar’는 막대기다. 막대기와 변호사? 막대기가 어찌하여 '변호사'란 별도의 뜻을 얻었을까? 16세기 영국으로 가보자. 당시 영국에서는 변호사나 재판관이 되려면 반드시 법학원에 입학해야 했다. 이 법학원이 ‘Inn’ 이었다. 그러니까 '그레이 법학원'의 경우 'Gray's Inn' 으로 불렀다. 우리 법학대학원(Law school)에 해당한다. 원래 'Inn'은 '술집을 겸한 여관’ 혹은 ‘여인숙'이란 뜻이다. 막대기에 술집 겸 여관은 또 뭔가. 점점 미궁으...
낭자. ‘여기저기 흩어져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상태’, ‘왁자지껄하고 시끄러운 상황’을 말한다. 형용사는 '낭자하다'다. '얼마나 심하게 싸웠으면 옷 곳곳에 유혈이 낭자하단 말인가', '식당 현관에는 손님들이 벗어놓은 신발짝들이 낭자하게 흩어져 있다', '한 여름 미루나무엔 참매미들이 낭자하게 울어대고 있다'. 한자로는 '狼藉'로 쓴다. '狼'은 '이리'고 '藉'은 '풀을 엮어 짜서 만든 깔개'다. 그러니까 낭자는 '이리의 잠자리'다. 얼핏 보면 '낭자'의 뜻은 이리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 날카로운 이빨로 여기저기 물어뜯어 상처투...
엿 먹어라. 남을 슬쩍 재치 있게 곯려 주게 되었거나 속여 넘기게 될 때 이르는 속어다. "엿 먹어라 이놈아, 그럴 줄 알고 거짓말을 했지" 엿은 먹는 음식인데 왜 이런 속어에 주인공이 되었는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는데 말이다. 도대체 뭔 사연이 있을까. 사연의 발단은 1964년 12월 7일 서울 전기중학교 입시 자연과목 시험 18번 문제.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 놓은 것이다. 1. 찹쌀 1㎏ 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2.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3. 이 밥에 물 3ℓ와 엿기름 160g을 넣고 ...
회피. 몸을 숨기고 만나지 않거나 꾀를 부려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않음을 말한다. 일하기를 꺼리어 선뜻 나서지 않는 것도 일컫는다. "학생이 얼마나 못된 짓을 했으면 학부모가 선생님의 면담요청을 회피했겠는가”, “이시대의 실상을 모른 체 하려는 무관심은 비겁한 회피요, 일종의 범죄다.” 여하튼 뭔가 마음에 안 들어 그 뭔가를 피하려는 인간행동을 말한다. '빙 돌아가다'라는 회(回)와 '피하거나, 벗어나다'라는 피(避)로 구성된 단어다. 그러니까 회피는 '빙 둘러서 피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단어만 봐도 금방 그 뜻을 알...
도루묵. 깊은 바다에 살다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로 나오는 몸길이 25㎝ 크기의 생선이다. 이처럼 바닷고기지만 엉뚱한 뜻으로 자주 쓰인다. '무슨 일이 잘되는 가 싶다 제자리로 돌아와 다소 실망'할 때 많이 쓴다. 특히 도루묵은 '말짱'과 만나야 제 맛이 난다. "십여 년 간 공 들여 돌탑을 쌓았는데 태풍에 쓰러져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렸어."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을까. 조선 임진왜란 당시로 올라가보자. 선조가 피난 갈 때 말이다. 피난길이어서 임금인들 제대로 먹을 수 있겠는가. 산해진미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으...
'알아야 면장을 하지'란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으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지식수준을 비하하거나 자조적일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 면장이란 어떤 뜻일까. 흔히 말하는 농촌의 행정기관인 면(面)의 행정을 주관하는 우두머리, '面長'일까? 그렇다면 지식이 넓지 않으면 면장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얘긴가? 면장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면장보다 직급이 높은 시나 군청의 국장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알아야 자리할 수 있는가? 분명 사무관 직급인 '面長'이...
보수(報酬). 고맙게 해 준 데 대해 보답을 하는 행위나 돈 등 보답을 위한 구체적인 물품을 뜻한다.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일해 주고받은 보수는 고작 백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 회사는 일하기는 편하나 보수가 너무 박하니 합격해도 안 갈 것이다." 보수의 '酬'에 술과 관련된 글자가 들어있다. '유(酉)' 말이다. '유'는 '닭'이라는 뜻도 있지만 술을 빚는 술 단지의 모양을 본뜬 형상문자로 술을 의미한다. 뭔 사연이 있어 보수에 생뚱맞게 ‘술’이 들어갔는가. 아주 먼 옛날, 아마도 중국 한나라 시대쯤이었을까? '酬...
"서울지방검찰청은 지난 10년 동안 윤락녀를 고용해 윤락행위를 시킨 뒤 화대 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56살 박모 씨를 사기죄로 기소했다", "그녀가 동거남에게 받는 돈은 생활비가 아니라 사실은 화대다", "그는 하룻밤의 거사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화대를 주었다." 화대(花代). 잔치 때 기생이나 악공(樂工)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 또는 노는계집을 상관(相關)한 값이 사전적 의미다. 영어로는 'Money for sex'라 한다. 단어를 분리해보면 '꽃'과 '대신하다'로 구성돼 있다. 억지로 풀이하자면 '꽃을 대신하다'다. 다소 외설...
11세기 초 영국 중서부 코번트리(Coventry)로 가 보자. 당시 이 지역 영주는 레오프릭 백작(Leofric Earl of Mercia)이었다. 악명 높은 가렴주구(苛斂誅求)의 전형이었다. 보다 못한 아내 고다이버(Godiva)가 세금을 낮춰달라고 간청했다. "턱도 없는 소리 마시요"라며 핀잔으로 아내를 무시했던 백작은 갑자기 이상한 조건을 내걸었다.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성내를 한 바퀴 돈다면 세금을 내려 주겠소"라고 했다. 생뚱맞은 제의지만 여민(與民)사상이 몸에 밴 고다이버의 대답은 생각할 틈 없이 "좋소"였...
방귀. 음식물이 뱃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겨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의 기체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 "자기가 방귀를 뀌고 오히려 남보고 성 낸다", "방귀 자라 똥 된다" 등. 방귀와 관련된 속담이다. 일부 지역에선 '방구'라고도 한다. 방귀는 냄새가 지독하다. 특히 며칠 장(腸)에서 묵었다 나온 방귀는 가히 뇌를 찌를 정도다. 방귀의 성분 가운데 악취를 풍기는 것은 황화수소다. 소리는 항문 괄약근의 진동 때문이다. 여자는 방귀를 잘 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다. 여자는 남자보다 괄약...
도무지. '아무리 하여도',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라는 뜻이다.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문제가 도무지 풀리지 않아', '사고뭉치의 학생들에겐 도무지 잘못함을 뉘우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 어원이 미상이나 옛 사형(私刑)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로 아주 무시무시한 사연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도모지(塗貌紙)'라는 벌이 행해졌다. 죄수 얼굴에 젖은 한지를 겹겹이 발라 놓는 벌이다. 아니 귀까지 덮어 놓는다. 한 번 상상해 봐라. 말을 하지도, 듣지도, 먹지도 못한다. 더 더욱 숨조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