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도루묵. 깊은 바다에 살다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로 나오는 몸길이 25㎝ 크기의 생선이다. 이처럼 바닷고기지만 엉뚱한 뜻으로 자주 쓰인다. '무슨 일이 잘되는 가 싶다 제자리로 돌아와 다소 실망'할 때 많이 쓴다. 특히 도루묵은 '말짱'과 만나야 제 맛이 난다. "십여 년 간 공 들여 돌탑을 쌓았는데 태풍에 쓰러져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렸어."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을까.

조선 임진왜란 당시로 올라가보자. 선조가 피난 갈 때 말이다. 피난길이어서 임금인들 제대로 먹을 수 있겠는가. 산해진미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니 늘 허기가 질 수밖에. 어느 날 한 사람이 '묵'이란 생선을 가져와 요리해 수라상에 올렸다. 선조는 먹어보니 정말 꿀맛이었다. "이 생선이 무엇 인고?" "묵이라 하옵니다" 선조는 이렇게 맛있는 고기 이름이 천박스럽다고 느껴 '묵’ 대신 ‘은어(銀魚)’라 이름을 붙였다.

불운하게 이 은어는 정말 생명이 짧았다. 임진란이 끝나고 궁궐로 돌아온 선조는 피난 때 먹었던 은어가 생각이 났다. 눈치 빠른 신하들은 곧바로 은어를 잡어와 요리해 진상을 했다. 선조는 예전을 생각하며 다른 어떤 음식보다 먼저 맛을 보았다. 허나 예전의 맛이 아니었다. 심지어 비린내가 나 다소 역겨울 정도였다. “예전에는 맛있더니 지금은 맛이 형편없구나. '은어'라 하지 말고 도루(다시) '묵'으로 해라" 결국 선조가 느낀 '묵'의 맛은 '시장이 반찬'에 기인했던 셈이다. 여기서 '도루묵'이 탄생된 것이다.

이 '도루묵'이 언제부턴가 '하던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나 허사가 되었을 상황'을 일컫는 말로 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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