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방귀. 음식물이 뱃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겨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의 기체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 "자기가 방귀를 뀌고 오히려 남보고 성 낸다", "방귀 자라 똥 된다" 등. 방귀와 관련된 속담이다. 일부 지역에선 '방구'라고도 한다.

방귀는 냄새가 지독하다. 특히 며칠 장(腸)에서 묵었다 나온 방귀는 가히 뇌를 찌를 정도다. 방귀의 성분 가운데 악취를 풍기는 것은 황화수소다. 소리는 항문 괄약근의 진동 때문이다. 여자는 방귀를 잘 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다. 여자는 남자보다 괄약근 수축과 이완이 강하다. 항문 힘주기를 통해 항문을 아주 조금 아마도 바늘구멍만큼 열 수 있다. 그러니까 극히 조금 열린 항문에서 가스가 나오는데, 몹시 적게 항문이 열려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항문이 진동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횟수로 따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방귀를 뀐다. 소리는 없지만 냄새는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은 쌀밥 등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냄새가 그리 나지 않지만 소리는 무척 큰 편이다. 고약한 냄새를 유발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양계장 아들의 별명이 ‘달걀방구’인 이유를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어른은 하루에 합계 0.5~1.5 ℓ의 방귀를 5번에서 20번 뿜어낸다.

가축들도 방귀를 뀐다. 최근 들어 소에게도 세금을 물리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3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소가 연 평균 내뿜어대는 메탄이 무려 100㎏, 이산화탄소가 2300㎏에 이른다. 이는 1000 ℓ의 가솔린을 태웠을 때 나오는 양이다.

우리 몸에는 생명의 근원인 기(氣)로 가득 차 있다. '좋은 기'도 있고 '나쁜 기'도 있다. 몸속에 발생하는 유해가스는 '나쁜 기'에 속한다. 당초 '나쁜 기를 내놓다(내보다)'는 뜻으로 '放氣(방기)'가 쓰였으나 언제부턴가 방귀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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