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중구난방(衆口難防)’. 여러 사람의 말을 막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이다. "어렵게 마련된 공청회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결론도 내지 못한 채 5분 만에 끝나버렸다". 이 말의 사연은 아주 깊다.

중국 주나라 여(勵)왕이 자신을 비방하는 자를 죽이고 밀고자를 포상하는 등 공포정치를 하자, 한 충신이 지부상소(持斧上疏)의 심정으로 충언을 했다. "내 정치 솜씨가 어떻소!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지 않는가"라는 여왕의 헛소리에 충신이 응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물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물이 막히면 언젠가 둑을 무너뜨립니다. 따라서 둑을 쌓아도 그 물길만은 적당히 열어두어야 합니다. 이처럼 왕은 백성들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허나 여왕은 막무가내였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신하들과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켜 여왕을 추방시켰다.<史記>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축성(築城)을 담당하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한때 적국의 포로로 잡혀 있다가 풀려난 사람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꾼들은 그를 비웃고 비난하며 일을 게을리 했다. 그러나 그는 주나라 여왕의 고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고 "여러 사람의 입은 막기 어렵다(衆口難防)"고 하고는 부하들에게 많은 부분은 맡기고 자신은 일체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비로소 그의 인격을 인정해 무난히 성을 쌓았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진(秦) 소양왕(昭襄王) 때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을 치러 온 장수가 군심을 얻지 못했다. 그때 장모(莊某)라는 사람이 군심을 얻으라고 권하면서 한 말이다. "세 사람이 합치면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헛소문도 참말이 될 수 있고, 열 사람이 합치면 단단한 쇠방망이도 휘게 할 수 있다. 여러 말(衆口)이 나오기 시작하면 막기가 어렵다(難防)."<十八史略>

사회가 혼란스럽다.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제 목소리를 마구 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각 주장이 무질서하고 비타협적이어서 통합되지 않는 데 있다. '양보와 배려'란 어휘가 사라지고 중구난방만 득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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