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알아야 면장을 하지'란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으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지식수준을 비하하거나 자조적일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 면장이란 어떤 뜻일까. 흔히 말하는 농촌의 행정기관인 면(面)의 행정을 주관하는 우두머리, '面長'일까? 그렇다면 지식이 넓지 않으면 면장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얘긴가? 면장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면장보다 직급이 높은 시나 군청의 국장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알아야 자리할 수 있는가? 분명 사무관 직급인 '面長'이 아니고 심오한 의미가 담겼을 게다.

답은 공자(孔子)가 가지고 있다. 공자는 어느 날 공부에 게으르고 뺀질거리는 아들 리(鯉)에게 일침을 놓았다. "너는 시경(詩經)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배웠느냐? 사람이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마치 담장(牆) 앞에서 얼굴(面)을 바로 대고 서있는 것 같아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느니라"<논어:양화>. 공자의 말을 쉽게 풀어보자. 시경은 모두 300편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최소한 주남과 소남의 편수인 25편은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얼굴과 담장이 마주보고 서면 무엇이 보이고, 얼마나 더 나아가겠는가? 그러니 답답하기 이루어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태가 바로 면장(面牆)이다. 그럼 이런 면장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될까? '벗어나다, 면하다'의 뜻인 면(免)자를 앞에 붙이면 된다. '면장에서 벗어나다'는 면면장(免面墻) 말이다. 그래서 '알아야 면장을 하지’에서 면장은 '면면장’이었다. 여기서 하나 '面'이 탈락되고 '免牆'만 남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결국 아는 것이 부족해 답답하고 부조리한 마음이 면장(面牆)이고, 이 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면장(免牆)이다.

그런데 알아도 면장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 참 많다. 인격수양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에 골몰한 사람들이다. 인기만을 추구하는 정치인과 세속에 물든 학자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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