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16세기 영국으로 가보자. 당시 영국에서는 변호사나 재판관이 되려면 반드시 법학원에 입학해야 했다. 이 법학원이 ‘Inn’ 이었다. 그러니까 '그레이 법학원'의 경우 'Gray's Inn' 으로 불렀다. 우리 법학대학원(Law school)에 해당한다. 원래 'Inn'은 '술집을 겸한 여관’ 혹은 ‘여인숙'이란 뜻이다.
막대기에 술집 겸 여관은 또 뭔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하다. 대화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중세 영국에서는 변호사들이 이 '술집 겸 여관' 을 자주 출입했다. 재판이나 법률 등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대화를 벌이기 위해서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장사가 잘 되고, 대화의 질이 높아지고, 대화의 양과 시간도 길어지자, 아예 일부 변호사들이 업소를 인수해 운영에 나섰다. 점차 이 여관은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의 사교클럽 혹은 교육기관 역할을 했다.
당시 영국의 '술집 겸 여관'은 단순히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과 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구분돼 있었다. 이 두 공간을 구분 짓는 경계, 즉 칸막이가 바로 'bar', 막대기였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파티션(Partition)이라 할까? 공교롭게도 영국 법정 역시 변호사와 피고인이 변론과 증언을 펼치는 공간과 판사석을 구분해 놓았다. 한데 두 공간을 구분하는 집기에 대한 이름이 없었다. 언제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그것을 'bar'라 했다.
이렇게 되자 ‘bar'는 '법조계 또는 법정'이라는 의미를 얻었다. 그 후 'bar’는 한걸음 더 나아가 '변호사'란 의미도 얻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영국에서 변호사, 'bar'란 용어는 변호사가 판사석과 변호인석을 구분하는 나무로 된 칸막이를 붙잡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서 기인한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변호사 시험을 'bar test’ 혹은 ‘bar exam'라 한다. ‘at the bar’는 '법정에서 심리 중'이란 뜻이고, 'prisoner at the bar'는 ‘형사피고인’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