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보수(報酬). 고맙게 해 준 데 대해 보답을 하는 행위나 돈 등 보답을 위한 구체적인 물품을 뜻한다.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일해 주고받은 보수는 고작 백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 회사는 일하기는 편하나 보수가 너무 박하니 합격해도 안 갈 것이다."

보수의 '酬'에 술과 관련된 글자가 들어있다. '유(酉)' 말이다. '유'는 '닭'이라는 뜻도 있지만 술을 빚는 술 단지의 모양을 본뜬 형상문자로 술을 의미한다. 

뭔 사연이 있어 보수에 생뚱맞게 ‘술’이 들어갔는가.

아주 먼 옛날, 아마도 중국 한나라 시대쯤이었을까? '酬'가 만들어질 당시 뜻은 '주인이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술을 따라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술을 권 하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일을 해주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물품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당시는 교환매체(예:돈)가 만들어지기 전이거나 희귀한 때여서 보답으로 돈을 줄 수가 없었다. 

뭔가를 줘야 하는데 줄 것이 마땅치 않으니 습관대로 그냥 술을 따라 줬던 게다. 사실 술을 직접 따라 줬다기보다 술이 든 단지를 줬다고 볼 수 있다. 

술의 양은 주인 마음대로였다. 손님이나 일군이 술을 더 달라고 하거나 양이 적다고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주는 대로 받아야 했다.

보수의 술어로 '많다, 적다'보다 '박(薄)하다, 후(厚)하다'를 더 많이 쓴다. 아마도 술 단지에 담긴 술의 양을 비유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술 단지가 크고 술이 가득 담겼으면 '후'한 보수이고 그렇지 않으면 '박'한 것이다. 그러니까 봉급 봉투(과거에는 봉투에 봉급을 넣어줌)가 두툼하면(돈이 많이 들어서) '후'한 것이고 얇으면(돈이 적게 들어서) '박'한 보수다.

요즘이야 덜하지만 그리 오래전만 하더라도 현금으로 직접 보수를 받는 날이면 일단 한 잔 마셨던 것이 이 같은 유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봉급날이면 평소보다 대폿집이 무척 붐빈 것은 사실이니까. 마시다 보면 빈 봉투 가지고 집에 간 술주정뱅이도 많았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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