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낭자. ‘여기저기 흩어져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상태’, ‘왁자지껄하고 시끄러운 상황’을 말한다. 형용사는 '낭자하다'다. '얼마나 심하게 싸웠으면 옷 곳곳에 유혈이 낭자하단 말인가', '식당 현관에는 손님들이 벗어놓은 신발짝들이 낭자하게 흩어져 있다', '한 여름 미루나무엔 참매미들이 낭자하게 울어대고 있다'. 한자로는 '狼藉'로 쓴다.

'狼'은 '이리'고 '藉'은 '풀을 엮어 짜서 만든 깔개'다. 그러니까 낭자는 '이리의 잠자리'다. 얼핏 보면 '낭자'의 뜻은 이리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 날카로운 이빨로 여기저기 물어뜯어 상처투성이를 일컫는 말 같기도 하다. 허나 아니다. 그럼 뭔 사연이 있어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상태'에 생뚱맞게 '이리와 풀 깔개'가 끼어들었나.

이리는 늑대나 승냥이보다 조금 크며 성질이 포악하고 사나워 사람을 해치거나, 양과 같은 작은 야생 동물들을 잡아먹는 야행성 짐승이다. 이리는 주로 굴에서 잔다.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은 그냥 땅바닥에서 자지만 이리는 좀 고상하다고 할까. 반드시 무엇인가를 깔고 잔다. 다름 아닌 부드러운 풀이다. 풀을 입으로 뜯어다 다소 엉성하지만 격자 형태로 잠자리를 만든다. 자기 전에는 그런대로 격자 모양이 되지만 자고나면 격자 모양은 사라져 엉망이 된다.

이리가 풀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습성 때문이다. 특히 풀이 흙과 뒤섞이면 풀 잠자리는 몹시 지저분하기도 하다. 더욱이 여러 마리가 함께 자면 장난이 심해 풀 잠자리는 짓이겨져 잠자리용 깔개라 할 수 없고 잠자리 분위기는 왁자지껄하다.

이처럼 '이리의 침대'였던 '낭자'가 '풀이 곳곳으로 흩어져 잠자리가 엉망이 되고 시끌벅적한 의미'로 새로 태어났다.

요즘 우리 사회가 낭자한 형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끔직한 일들이 터진다. 살인과 자살, 화재와 교통사고 등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만신창이다. 미디어들이 신이 날 정도다.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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