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이 17일 오전 사용자 인증 문제로 장애가 발생한데 이어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됐다. 사실상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올스톱 한 것이다. 행정전산망은 국가 전산망과 시도 전산망, 시군구 전산망으로 구분되는데 이번에 장애를 일으킨 전산망은 시군구 전산망이다. 이 장애로 지자체 업무는 물론 행정의 말단인 행정복지센터 민원 업무 처리마저 중단되고 말았다.

행안부가 전산망 장애를 처음 인지한 때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라고 한다. 상황파악과 동시에 복구 작업에 들어갔지만, 한나절이 지나도록 시스템은 정상화되지 않았다. 무인발급기도 전산망 오류를 일으켰다. 전산망과 연동돼있어 동시에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등? 초본, 인감 등 각종 증명서 발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창구마다 불편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렸으나 언제까지 복구를 완료한다는 설명은 없었다.

행정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민원실을 찾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세계약 확정일자를 받으러온 민원인은 서류미비로 계약 1순위를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지자체 차원의 문제가 아닌지라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행정전산망 오류 시 보통 3시간 이내에는 복구하도록 매뉴얼이 돼있다고 한다. 행정전산망 마비에 대비해 민원서류를 수기 등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나 이런 보완 시스템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행정망의 고도 전산화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행정전산망 오류는 언제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 예비 서버를 마련하고, 전산망을 수기와 연계하는 등 시스템을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부적 문제로 인한 행정전산망 마비는 물론 외부 해커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행정전산망이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날 국가정보시스템 서비스 장애로 공공기관의 대국민 민원 서비스가 중단된 사태와 관련해 시도·새올행정시스템 장애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