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업무처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국인은 대체로 급하다. ‘빨리, 빨리’가 생활화돼있다.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갔을 때였다. 기차가 도착하려면 5분이나 더 남아있었다. 승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출입문을 향해 전진했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긴 줄이 됐다. 누가 줄을 서면 따라 줄을 서게 된다. 나도 질세라 줄을 섰다. 그렇게 한참 ‘서서’ 달렸다. 이윽고 도착해 기차에서 내렸다. 인파들 속에서 행군을 하다 아차 싶었다. 이곳은 종착역이었다. 굳이 급하게 내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멈출 곳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실소가 터졌다.

☞급한 한국인에게 오류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우린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봤다.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국민의 분통으로 이어졌다. 올해 초 LG유플러스 고객 정보 유출·접속 장애 때도 난리였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나섰다. ‘먹통’ 기업들에게 ‘호통’을 쳤다. 카톡 오류 사태를 두곤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었다. LG유플러스를 향해서도 경고를 날렸었다.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그게 자신의 일이 됐을 때다. 정부는 자신에게 엄격해지는 대신 관대해지기를 택했다. ‘내로남불’ 권법이다.

☞정부의 행정 전산망은 17일 먹통이 됐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새올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이후 민원 사이트 정부 24도 멈췄다. 당연하듯 민원·복지 업무는 마비가 됐다.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등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은행에서도 신분증 진위 확인이 어려워 아수라장이었다. 당연히 국민들의 피해는 잇따랐다. 대출을 제때 못 받아 부동산 계약을 파기한 경우도 있었다. 확정일자를 못 받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리곤 56시간이 지나서야 복구됐다.

☞먹통보다 문제는 ‘불통’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없었다. 민원은 빗발쳤지만 문제 발생 9시간이 지나서야 안내를 했을 뿐이다. 또 원인을 밝히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무려 사흘이나 걸렸다. 이후 대처도 답답하다. 정부는 네트워크 장비(L4 스위치)에 이상이 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왜 그런 현상이 일으켰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대체 수단이 없었냐는 물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관리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그간 대한민국은 IT 강국을 자임해왔다. 디지털 정부 선도국임을 자랑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뼈아픈 실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 슈퍼컴퓨터도 에러가 계속되면 ‘고물’이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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