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기준 모호하고 관리자 책임 미기재
약속했던 학생 분리장소 교장실 명시도 제외
교사노조 “관리자 책무 커녕 권한 강조” 반발
교육청 측 “다양한 의견 수렴해 다소 포괄적”

교사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교사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고시 예시안에 ‘학교장 책무’에 대한 내용이 빠지며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생활지도의 권한 범위와 방식, 기준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관리자 책임도 명확히 기재되지 않아 현장교사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20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의한 학칙(학생생활규정) 예시안을 배포했다.

각 학교는 교육부 지침에 의해 연내 학칙을 제·개정해 학생생활지도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데 해당 예시안은 이때 참고할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예시안을 살펴보면 문제학생 분리장소는 3호지도(수업시간 중 교실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와 4호지도(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에 특정장소로의 분리) 모두 단순 ‘학교장 지정장소’로만 명시 돼있다.

절차 및 유의점에만 교사가 학생인계 요청 후, 학교장이 인계하도록 제시했다.

배포 전 대전교사노조 그리고 교육청이 구성한 현장교원TF와의 협의내용이 전부 빠진 것.

이들은 학생 분리장소의 단서조항에 ‘교장실 등’을 반드시 기재해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모든 과정에서 학교장의 책임과 책무를 명시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는 특히 지난 9월 대전 사망교사 사건에 관리자의 역할이 부재했던 것과 관련이 깊다.

당시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장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지 않는 등 교원보호를 위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때문에 교원들은 대전교육청 학생생활고시안에 학교장 책임을 더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교장실’을 뺀 학교장 지정 장소는 관리자의 책무는커녕 오히려 권한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며 “교장이 학년연구실이나 상담실, 교무실을 분리장소로 지정하고 인계만 하고 가면 그 이후에 사후 관리는 결국 교사들이 하게 될게 뻔한데 상징적으로라도 교장실을 기재해 책무를 높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현장교원들과의 협의에선 교장실을 기재하는 것으로 약속해놓고, 교장단과의 간담회 이후 협의내용이 모두 삭제됐다”며 “이는 현장교원들을 기만한 태도고 이들의 요구와 어려움을 철저히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잘 안 되고 있는 지역교육청과만 비교할 것이 아닌 선진 교육청 모델을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 제주도교육청 고시 표준안을 보면 ‘관리자가 인계하여 학생을 교장실 및 교무실 등 지정 장소로 이동하여 학생 관리 및 지도를 실시한다. 다만, 관리자 부재 시 교직원이 협력해 학생을 분리하고 지도할 수 있다’고 관리자의 책임이 구체적이고 명확히 안내돼 있다.

이에 대전교육청 미래생활교육과 관계자는 “다양한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다보니 포괄적으로 담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세부 지침은 학교장이 중심이 돼 학교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만큼 구체화하지 못하는 부분 이해를 바란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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