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고령운전자 안전 실태]
최병호 교통안전공단 박사 “교차로 사고 빈번…고령운전자 친화형 교차로 설계기준 마련해야”
이정범 대전세종연구원 위원 “생계형 운전자 컨설팅·면허 갱신기간 단축·공공형 택시 지원 必”
김효선 도로교통공단 교수“100명 중 3명만 면허반납 고려… 자차 대체할 이동 수단 마련돼야”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박사

“방향전환이나 가·감속에 필요한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교통량 밀도가 높은 구간에서 신속한 방향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도에서 제한속도 이하로 운행 후방차량의 경고음을 듣거나 적신호 교차로를 횡단, 교차로에서 긴장하거나 불안감을 느끼거나 준사고 경험이 있거나 보조운전자가 불안하거나 동승을 원치 않는 경우가 빈발하면 그리고 이를 스스로 자각한다는 조건 하에 자진 면허반납 유도를 고려해야 한다. 운전면허 반납 시도는 고령운전자를 배척하는 전략이고 배척 시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시행하는 100원 택시나 일시적 무료교통카드 등은 고령운전자를 분리하는 전략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나 노인보호구역이나 속도관리구역(30존) 등은 고령운전자를 통합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고령운전자의 인지운동 특성변화를 고려한 차량 내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나 고령자 친화형 교차로의 설계, 느린 교통을 지향하는 가로설계의 확대 등은 초고령사회를 위한 포용성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 고령운전자를 위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제조사는 없으나 Daimler의 경우 고령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에 주목해 차량부품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고 Audi는 고령운전자의 심신 특성을 개발자가 체험하며 설계할 수 있도록 체험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고령운전자의 감각인지 요구특성을 파악해 고령운전자 취약기능을 보강할 수 있는 첨단운전자지원장치(ADAS) 설계(G plus)를 강구하고 있다. 고령운전자에게 교차로는 가장 난해한 의사결정의 공간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연구에서 고령운전자가 교차로 내에서 일으킨 사고의 비율이 전체사고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4년 국토교통부는 미국 AASHTO 지침을 바탕으로 ‘고령자를 위한 도로설계 가이드라인’을 공표한 바 있는데 주로 야간 시인성 증진을 위한 발광형 교통안전표지, 표지병 광도기준, 복잡한 교차로에는 차로별 방향 유도형 유색포장 색상기준, 추돌사고 예방을 위해 종방향 그루빙이나 미끄럼 방지포장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 평면교차로, 입체교차로, 회전교차로 등 교차로 형태에 따라 고령운전자의 운전행태가 달라지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고 현재 국내 기준은 시인증진시설, 유색포장 등 교통안전시설 보강이 주요 내용이므로 국토교통부는 교차 시야각도, 회전차로 차로폭, 교차로 시거 등 기하구조 측면에서 고령운전자 친화형 교차로 설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정범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교통공학 박사)

“고령화로 인해 고령운전자수가 늘어나면서 고령운전자 사고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전체 교통사고건수는 2020년 20만 9654건에서 지난해 19만 6836건으로 줄어든 반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3만 1072건에서 지난해 3만 4652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65세가 넘어가면 1만명당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인지판단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돌발상황, 눈·비·안개 등과 같은 악천후에서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국내외 많은 도시에서 이러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운전자 컨설팅’을 운영하고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에 대한 과신, 이동의 불편함 등을 이유로 고령운전자의 면허자진반납의 참여율이 고령자 증가 대비 높지 않은 상황이다. 고령운전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계형 운전자와 그렇지 않은 운전자로 나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개인택시와 같이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계층은 안전운전에 대한 습관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컨설팅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에 비해 충분한 안전거리 유지 등의 안전수칙을 교육하고 면허의 갱신기간을 줄이고 일반적인 검사가 아닌 운전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적성검사 항목을 세부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시 운전이 필요하지 않은 계층의 경우 면허 반납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면허반납에 따른 인센티브는 자동차를 포기하고 생활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충분한 이동권의 보장 없이는 고령운전자가 쉽게 면허를 반납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또 다양한 루트의 승용차 대체 이동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전시뿐만 아니라 충청권 여러 지역에서 교통소외 지역에 제공하고 있는 공공형 택시의 이용범위를 고령자로 확대해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면허의 반납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고로 인한 누군가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으로 시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효선 도로교통공단 교수

“대전시가 도입한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났다. 지난해 반납률을 보면 2.53%로 100명 중 3명 정도만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는 운전면허 자진반납 시 10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지만 고령운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역부족이었다. 이는 일회성 대책일 뿐만 아니라 고령운전자의 이동권(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을 보장하지 못한다. 대전 도심의 경우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하지만 외곽지역은 교통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자차를 대체할 만한 이동수단이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은 고령운전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고령운전자의 자차 운전을 대체할 만한 이동수단이 마련돼야 운전면허 자진 반납률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까운 도시 세종시의 사례를 보면 세종시에는 ‘셔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셔클은 셔틀과 써클의 합성어로 수요응답형 버스를 말한다. 승객이 호출을 하면 근처 정거장에서 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로 콜택시와 버스의 혼합형으로 콜택시보다 잡기 쉽고 버스보다 편하기 때문에 이용객의 만족도가 높다. 또 전남 나주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100원 택시도 신개념 교통복지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100원 택시는 대중교통이 이용이 어려운 외곽 지역의 교통 불편해소를 위해 마련된 저렴한 택시다. 실제로 100원 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마찬가지도 대전시에도 고령자,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전교통약자지원센터는 2005년부터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 제도와 같은 운전면허 반납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단발성 정책보다는 위의 사례처럼 고령자의 이동성을 보장하고 이동수단을 대체할 만한 수요자 중심형 교통서비스를 제공해야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률이 유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율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체계적으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및 그 피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교통약자에 대한 양질의 교통서비스 제공에 투입되는 예산을 분석해 보고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고령운전자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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