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시행지 축소 이어
이번엔 전국 시행 사실상 철회
환경단체 “환경부 책임 방기”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자 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음료 판매 시 보증금 300원을 받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6개월 연기한 뒤 시행지역을 세종과 제주로 축소했다. 대상은 가맹점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카페·베이커리 등 사업장이다.

환경부는 1년간 진행 추이를 살펴본 뒤 전국 시행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시행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는 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최근 “현재 국회에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면서 “시행 지역의 성과, 지자체를 비롯한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행 9개월 만에 지자체로 권한을 넘기면서 사실상 전국 확대 시행을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정책 선회 이유로 ‘소상공인 부담’을 꼽는다. 카페 점주들이 반환된 컵을 관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제도 적용 매장과 비적용 매장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이러한 이유로 보증금제 대상 범위를 '대통령령'이 아닌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1회용 컵 보증금의 적용 대상 사업자는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제도 시행에 따른 상당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1회용 컵 보증금 적용 대상 사업자를 100개 이상인 가맹사업자로 국한함에 따라 미적용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정책 전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별 자율 적용안은 사실상 전국 시행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별 자율에 맡겨진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 역시 비슷한 사례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24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에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실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도에 따른 일회용컵 반환 성과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반환된 컵은 313만여개에 달한다. 제주는 256만 5932개, 세종은 57만 1704개다. 반환율도 지난해 12월 12%에서 지난달 62%로 큰 폭으로 높아졌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국정과제에 포함돼있는 제도”라며 “제도 전국 시행 계획을 철회하고, 지자체에 떠넘기며 책임을 방기하는 환경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포장용 일회용 컵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포장용 일회용 컵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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