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소아과 병원 가보니
전문의 줄어 동네 병원 찾기 난항
대기자 모니터 이름 빼곡한 상태
예약 경쟁도 치열…‘피켓팅’ 수준
“약 타고나면 하루 반 이미 끝나”
지역 맘카페 심각성 토로 잇따라

 

대전 서구 도안동의 한 소아과. 이른 시간임에도 수십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윤서 기자
대전 서구 도안동의 한 소아과. 이른 시간임에도 수십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 서구 도안동의 한 동네 소아과,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진료 대기실은 부모와 아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영유아 엄마들 사이에선 요즘 아이 데리고 소아과 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로 불린다.

백화점도 아닌 이른바 소아과를 ‘오픈런’해야 한다며 아이가 제발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시간의 대기행렬에 지친 한 아이는 이미 소파에 널 부러져 있고, 칭얼대는 아픈 아이를 달래느라 진이 빠진 엄마의 넋은 반쯤 나가 있다.

대기자 모니터엔 수십 명의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고, 잠깐 반차를 쓰고 아이와 병원에 들른 맞벌이 엄마는 애가 탄다.

아침 첫 진료가 시작된 지 한 시간가량 지난 오전 10시경. 대기자가 24명에 이른다. 사진=최윤서 기자
아침 첫 진료가 시작된 지 한 시간가량 지난 오전 10시경. 대기자가 24명에 이른다. 사진=최윤서 기자

이날 소아과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41) 씨는 “애가 밤새 열이 나고 콧물이 멈추지 않아 회사에 급하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병원에 왔는데 벌써 2시간째 대기 중”이라며 “진료시간 전부터 대기행렬이라던데 더 일찍 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봄철 신학기를 맞아 감기 환자가 급증하고 설상가상으로 수족구와 영유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유행해 지역 소아과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최근 소아과 전문의마저 줄고 있어 동네서 소아 병원 찾기 역시 쉽지 않다.

그나마 이곳은 현장접수만 가능해 기다릴 수라도 있어 다행이라는 보호자도 있었다.

그는 “인근 대형 소아청소년 병원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현장에선 아예 진료가 불가능하다”며 “예약 경쟁이 너무 치열해 피켓팅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병원에서 간신히 진료를 마치면 다음은 약국에서 2차 전쟁을 치러야한다”며 “병원 문 열기 전에 와서 약까지 타면 하루의 반은 이미 끝나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인근의 한 소아청소년 전문 병원 세 곳을 전화해 대기상황을 문의했으나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탄방동의 한 소아과 간호사는 “예약을 하지 않고는 진료 보기 어려우실 수 있다”며 “가장 빠른 원장님의 대기자가 현재 15명 이상인데 이것도 언제 급격히 늘어날지 모른다. 빨리 오셔라”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소아과 대란에 지역 맘카페에는 다급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게시글에는 “지난 주말 갓난쟁이를 업고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소아과 당직교수가 연락두절”이었다며 “응급실에 아기 10여명이 있었는데 수액만 놔주고 처방 내릴 교수가 없어 너무 화가 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글에는 “남편이 학교 끝난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갔는데 대기가 70명이었다. 남편이 아주 질려버렸다”며 심각성을 토로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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