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필수의료 과목 지원율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전국 96개 수련병원의 ‘2023년도 하반기 과목별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8%에 그친다. 143명 모집에 고작 4명만이 지원했다고 한다. 심장혈관흉부외과 3.3%, 외과 6.9%, 산부인과 7.7%, 응급의학과 7.5% 등이다. 산부인과는 52명 모집에 4명이, 응급의학과는 40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의사들을 필수의료 분야로 끌어들이는데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기 과목은 지원자들로 넘쳐난다. 재활의학과는 7명 모집에 27명이 지원해 지원율 385.7%를 기록했고, 정형외과는 9명 모집에 32명이 지원(355.6%)했다. 성형외과(320%), 피부과(200%) 등 인기과목의 지원율은 100%를 훨씬 웃돈다. 이마저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 지원자가 몰리는 소위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예컨대 143명 모집에 4명이 지원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4명 모두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 지원했을 정도다. 52명을 모집하는 산부인과도 지원자 4명 중 3명이 서울 소재 병원에 지원했다.
당국이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음에도 결과는 참담하다. 낮은 보험수가 등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수익이 적어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을 뽑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니 몇몇 의료과목의 경우 대기표를 받고 몇 시간 씩 줄을 서는 사례가 허다하다. 인구감소를 막고자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지만 정작 지역 소도시에서 산부인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응급환자가 병실을 찾지 못해 엠블런스를 타고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현실이다.
현직 전문의가 은퇴하면 그 자리를 후배 의사가 물려받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져야 하나 그렇지 않다. 이러다 수술을 제때 못 받는 지경이 올 수도 있다. 구조적인 사안이 누적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필수의료 분야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의료계에선 보다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현상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