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취재2팀·정치사회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복잡한 사안이 피상적으로 다뤄질 때면 으레 군 생활하는 동안 겪었던 ‘군대식’ 일처리가 떠오른다.

낮 기온이 30도를 한참 웃도는 한여름 육군에 입대했다. 부대로 배치되기 전 머무르는 보충대에서 첫 끼니를 때우러 병영식당에 들어간 나는 테이블마다 놓인 뜨거운 물을 보고 경악했다.

장병들의 식중독 예방을 위해 에어컨도 없는 식당에서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 제공한 것이다. 물이 어찌나 뜨겁던지 물이 담긴 쇠컵을 손으로 집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정수기는커녕 마실 물도 없었기 때문에 장병들은 혀와 입천장을 데여가며 물을 마셔야 했다.

군대식 일처리는 보충대를 떠나 훈련소에서도 이어졌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전투모를 쓴 조교는 훈련소 생활관에서 병사들의 야전상의 허리끈과 여분의 전투화 끈을 걷어 갔다. 병사들이 전투화 끈이나 야전상의 허리끈으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군이 내놓은 예방책 중 하나였다.

식사할 때도 젓가락 대신 숟가락과 포크를 합친 숟가락포크를 썼다. 젓가락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는 흉기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젓가락이 무려 흉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대하고 처음 알았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물건으로 전역 후 지금까지 매일 밥을 먹고 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을 추억한 까닭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예방 대책을 봐서다. 복지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5대 추진전략에는 번개탄을 생산 금지하는 등 자살위해수단 관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복지부의 취지는 이해한다. 과거 일부 농약의 생산·판매를 금지한 뒤 농약을 이용한 자살률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 등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살 수단을 규제하기보단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심층적 대안을 내놨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23.6명)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자살 예방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와 같은 군대식 일처리는 곤란하다. 사회는 군대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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