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림갤러리 폐관에 이어 대전지역 화랑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사설 화랑은 영리업체이므로 큰 관심을 끌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허약한 지역문화기반을 감안할 때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물론 화랑의 경영난이 그 원인이다. 대관부터 활발하지 않고 미술 작품 매매공간으로서의 화랑 기능 역시 이미 유명무실화됐다. 그 배경에는 우선 지역 내 공공 전시공간을 저렴하게 활용하여 일과성 행사로 치르려는 전시 희망자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한몫하고 있다. 화랑 활성화의 중추기능을 맡는 학예연구사(큐레이터)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미술품 거래 부진, 그리고 걸림돌로 작용하는 관계 법령과 규정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가 그간 본란을 통해 여러 차례 지역 미술관 침체현상을 우려하고 다각적인 대안을 제시해 오는 것은 사설 화랑의 폐관이 지역사회의 튼실치 못한 문화인프라와 예술인식을 반영하는 징표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언제까지 지역화랑의 폐관 속출을 개탄하면서 공허한 원인규명과 현실성 없는 방안 모색만을 반복할 것인가.

우선 지역 내 화랑가를 한곳으로 집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문화클러스터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문예진흥기금의 사설 화랑 전시기획 지원을 전향적으로 확대하여 고사상태에 빠진 전시문화에 긴급 수혈할 때다. 행정, 관계당국에 메세나 기능을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인식과 관심, 그리고 기업체의 사회 기여 마인드도 확충돼야 한다. 화랑의 역할을 생활차원에서 미술품 거래의 열린 공간으로 확대시키는 여건 조성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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