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그래픽=김연아 기자
촉법소년. 그래픽=김연아 기자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이른바 촉법소년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촉법소년이 저지르는 범행 수법도 해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어 법안 손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2019~2023년) 촉법소년 수는 총 6만598명에 달했다. 2021년 첫 1만명을 넘어선 촉법소년은 2022년 1만6435명, 2023년 1만9654명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촉법소년의 범죄는 절도가 49.5%로 가장 많았으나, 강간이나 추행, 방화, 살인 등 강력범죄도 상당수에 달했다. 지난 한 해에만 절도와 폭력, 강간 등 성범죄, 살인을 저지른 촉법소년이 모두 전년보다 늘어났고, 마약의 경우 15명에서 50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청소년으로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 또는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조치를 받는데, 처벌 수위가 낮고 재범 가능성이 높아 처벌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얼마 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피습 사건을 계기로 촉법소년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으나, 과거 10대 청소년들의 흉악범죄가 벌어질 때면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역대 국회를 비롯해 21대에서만 소년범죄 처벌 강화 법안이 17건 발의됐지만 이들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장기간 계류 중이다. 입법 논의가 미뤄지는 이유는 처벌 강화가 범죄 예방 등의 실효성이 있는지를 두고 이견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해 사회 환경 변화와 성숙도가 높아진 지금,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와 동일하게 보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처벌 강화가 범죄 예방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면 범죄 피해자 입장은 안중에도 없이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촉법소년 보호처분 70%가 만 13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준 연령 하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며, 재범을 막기 위한 새로운 교정교화시스템 구축도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