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가능한 10대 대부분 고등학생
교내 온 버스서 헌혈해야 봉사 인정
한파로 참여 줄어 ‘주의’ 격상될수도

대전세종충남 연령별 헌혈 실적.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충청권 청소년의 헌혈이 4년 만에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 따르면 지역 10대(만 16세 이상) 헌혈 실적은 지난해 4만 9704회로 2019년(8만 2475회)보다 39.7% 감소했다.

청소년은 대표적인 헌혈 참여 연령층이다. 대전세종충남에서 2019년 기준 20대(9만 1300회) 다음으로 헌혈 실적이 많았던 것이 10대였다.

물론 지난해도 지역 내 연령별 헌혈 순위는 20대, 10대 순이었다. 하지만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19년까지만 해도 지역 헌혈의 3분의 1은 청소년의 몸에서 나왔다. 전체 24만 8778회 중 10대가 8만 2475회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는 그 비중이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4년 사이 10대 헌혈량이 3만 2771회 빠지면서 전체(23만 4603회) 대비 비중이 21.2%로 12%p 적어진 것이다. 이는 같은기간 △30대(3만 2963회→3만 3331회) △40대(2만 8754회 → 3만 8546회) △50대 1만 1616회→2만 1391회) △60대(1670회 → 3994회) 등 다른 연령대에서는 헌혈 실적이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말 그대로 자신의 피를 내놓기 위해 팔을 걷어 올리는 지역 청소년이 준 것이다.

헌혈이 가능한 10대 대부분은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헌혈이 급감한 배경에는 대학 입시 제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공정성 방안에 따라, 2021년 입학한 고1 학생부터는 학교교육과정에 의거해 교사가 지도한 봉사활동에 한해서만 실적이 반영된다.

헌혈의 경우 학생이 직접 헌혈의집을 찾아 헌혈한 것은 봉사활동으로 인정되지 않고, 교내에 온 헌혈버스에서 한 것만 가능하다. 즉 고등학생 입장에선 입시와 진학 때문에 바쁜 상황에서 헌혈의집까지 방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10대 헌혈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국내 혈액 수급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9일 기준 전국 혈액보유량은 5.4일로 안정 단계이지만, 수요가 많은 O형과 A형은 각각 4.1일, 4.4일로 관심(5일분 미만)에 놓여 있다.

한파의 영향으로 헌혈의집을 찾는 사람이 줄면 언제 주의(3일분 미만) 단계로 격상될지 모른다는 것이 혈액원 관계자의 우려다. 대전세종충남혈액원 관계자는 "날이 추운 탓도 있지만 청소년의 발길이 끊긴 것이 체감될 정도"라며 "우수 헌혈 청소년 표창, 진로체험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입에서 메리트가 사라진 이상 떠난 학생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헌혈. 사진=김중곤 기자
헌혈. 사진=김중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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