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청주시 상당구 과표팀장

화창한 날씨에 홀리듯 나선 산책길, 차에 올랐는데 동승한 아이가 꽃은 볼 때는 좋은데 지고 나면 좋지 않다고 한마디 툭 던진다. 그 한마디에 ‘꽃을 피우고 지는 자연의 흐름에 우리 인생도 똑같은 흐름의 굴곡을 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흘러든다. 산책길 드라이브가 지난 후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다가온다.

윤석구 님의 ‘늙어가는 길’이란 시를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읽어 보았는데 장엄함과 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일 다시 출근할 퇴근길에서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걸까’, 이런 생각에 ‘건망증인가’ 잠시 어리둥절해지는 경우가 있다.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이라며 떨쳐 버린다. ‘내가 늙었나’ 이런 기억은 그리 즐겁지 않다.

누구든 처음으로 늙어가는 길이기에 낯섦과 당황함이 있는 게 당연함인데. 어느 날 세면대에서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을 보는 황당함… 이런 걸까. ‘삶이란 굴곡을 타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 첨단 기술(cutting edge)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인생의 지혜는 늙어감의 특권이 아닐까.

"지식이 아닌 지혜" 삶의 굴곡을 따라 격정의 한 시절을 살아온 늙음의 세대들은 맑은 1급수 계곡보단 탁하지만 천천히 흐르는 강물이 좋은 건 당연지사다. 한낮 추억인 급류 타기 기술은 젊음의 반대 세대로 비칠 뿐이다.

꽃이 지는 것은 열매를 맺는 길임을 알려주는 농부의 지혜가 바로 자연의 섭리는 아닐까 싶다. 당당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꽃을 힘겹게 떨구는 고통 뒤엔 누구나 바라는 열매를 맺는 축복이 기다리고 있다. 땅에 떨어진 꽃잎 시절이 지나야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만 피는 것을 처음 얼마간은 박수를 치며 환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열매를 알아버린 사람들은 어떨까? 아마 진정한 칭찬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석양의 노을처럼 아름다운 ‘늙어가는 길’을 억지스러움과 기차 화통 같은 고함이 아닌 조용한 미소로 지혜롭게 풀어가는 것이 ‘늙어가는 길’에서 보내는 세대들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라떼’를 좋아한다는 ‘늙어가는 길’의 세대가 가진 인생의 지혜를 풀어놓고 싶지만, MZ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는 지저분하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고 인생의 지혜를 들을 시간을 내지 않는다.

듣는다는 건‘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하늘이 허락한 강력한 도구이지 않을까. 그저 쳐다보고 박수치고 함께 걷는 것만이 아니라, 듣는 도구를 잘 사용하여 모여진 늙어가는 길의 지혜로움이 떨어져 가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올리는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면 좋겠다. 그런 세상에서 더 큰 행복, 더 큰 열매, 더 큰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사용되어 서로들에게 아름다움이 되면 더더욱 좋겠다. 좀 지저분하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다 같이 아름답게 피워 가기를….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