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센터장

▲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김태한 센터장
▲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김태한 센터장

"선생님도 당해봐야 알아요."

제가 환자분들로부터 가끔 듣는 말이다. 필자가 전공한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여러 질병의 치료에 뼈를 자르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수술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환자 대부분이 수술 후에 심한 통증을 겪게 된다. 흔히 심한 아픔을 표현할 때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을 쓰듯이 말이다.

여러 가지 진통제나 무통 주사 등을 통해 통증을 줄여드리고자 노력은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메스꺼움, 어지러움, 구토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약마저 마음 편히 쓰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아픈 걸 참든지, 어지럽고 토하는 걸 감수하던지 이상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께 그래도 담당 의사인지라 이런저런 위로도 해보고 조금만 더 견뎌보시라 격려도 하지만 어떤 환자들에게는 그 또한 야속하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입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 다 안다는 듯이 건네는 말은 상대방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화두를 갖고 살고는 있지만 환자분들의 모든 아픔이나 불편을 직접 다 겪어볼 수는 없으므로 환자들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와닿는 의사 표현이 항상 어려운 것 같다.

필자 또한 수년 전에 하반신 마취를 받고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무수히 들어가 본 수술장이지만 막상 환자가 되어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것이 비로소 보였다. 마취가 되면 어떤 느낌인지, 전기 메스에 자신의 살이 타는 냄새를 직접 맡아보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의료진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환자가 얼마나 민망해질 수 있는지 등등 미묘한 감정들을 느껴본 후, ‘역시 당해봐야 아는 것인가?’ 생각하게 됐다.

수술 후의 환자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의학적인 치유, 전문적인 재활 과정에 대한 설명보다 사소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과 설명이었음도 깨닫게 됐다. 근래의 필자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거창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조금 더 가까이 환자분들께 다가가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나중에 필자가 틀렸다고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당해봐야 안다는 말을 조금 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김태한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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