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부국장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서천지역 시민단체가 최근 애끓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10년 전의 약속을 지켜달라는 게 골자인데 약속 이행의 대상은 다름 아닌 국립생태원이다.

국립생태원은 2013년 개관한 환경부 산하기관이다. 정부 조직상 국립생태원의 성격만 놓고 보면 지역 시민단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듯 하지만 국립생태원의 태생적 배경을 놓고 보면 다시 한번 곱씹어볼 일이 있다.

국립생태원은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대신해 정부가 마련한 대안사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갯벌 매립을 통한 산단 조성 대신 내륙산단과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서천군은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수용했다.

정부는 국립생태원을 비롯한 대안사업은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서천지역민은 이를 믿었다.

국립생태원은 정부와 서천군 간 지역 상생발전의 상징인 셈이다.

지역 시민단체는 그러나 국립생태원 개원 10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제시했던 장밋빛 청사진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탄한다.

정부대안사업이 지역발전과 도약의 디딤돌이 될 줄만 알았는데 서천은 지역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항변한다. "지역협력프로그램은 종잇장에 불과한 협약서 안에 잠들어 있고 지역상생방안은 현수막 한 장 들고 사진 몇 장 찍어 상급기관에 보고하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역인재육성과 지역민 의무채용 등 상생발전을 위한 10대 협약은 ‘입’으로만 실행돼 왔고 사무용품 등 필수 소모품마저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역업체를 외면하고 대도시 업체들로부터 구매하는 한편 작은 보수공사마저도 거의 대부분을 외지업체를 불러들여 시행해 오고 있다"는 게 지역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국립생태원 개원 10년의 자화상이다.

물론 관점과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국립생태원 입장에선 이 같은 날선 비판이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10년 전 정부가 서천군과 서천지역민으로 하여금 국가산단을 포기하도록 회유하면서 내세웠던 약속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과연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지역상생발전’에 얼마나 진심이었나. 서천군과 서천군의회에도 지역민은 묻는다. 십수년 전 지역민이 머리띠를 두르고 상경투쟁을 해가며 외쳤던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을 기억이나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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