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정부 매입 의무화 담은 법안
민주당 단독 처리속 ‘법사위 패싱’
국민의힘 “야당 폭거” 강력 반발
농림부 장관 “농촌에 도움 안돼”

[충청투데이 이병욱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8일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의결한 건데, 정쟁의 뇌관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수요 대비 3% 이상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의 매입(시장격리)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대 민생과제’ 법안 중 하나로 꼽으면서 논란이 됐다. 그동안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이 지속적으로 처리를 시도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가로막아 온 것.

결국 이날 농해수위에선 이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없이 본회의로 바로 보내는 직회부를 결정했다. 농해수위 총원 19명 중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한데, 이날 민주당 의원 11명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12명이 찬성하면서 결정됐다.

이러한 독단적 결정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안건”이라며 “야당의 폭거를 용인할 수 없고, 강력하게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농해수위 소속 충청권 의원인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도 “이 법안이 오히려 쌀 과잉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이 있다”며 “쌀값의 변동 추이를 보고 법안을 처리해야 함에도 민주당은 절차도 무시한 채 이재명 대표의 하명에 따라 밀어붙이려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시 오는 2030년에는 1조 4659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산지 쌀값은 2030년 80㎏ 당 17만 2709원으로, 지금의 18만 700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의 지속적인 유지, 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그동안의 많은 노력들을 수포로 만들 것”이라며 “농업·농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법안은 당분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상임위 차원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 해당 법안을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해야 부의할 수 있는데, 쟁점 법안인 만큼 여야 지도부의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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