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교·대전본사 취재2팀 교육문화 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거대했던 파이가 줄어들자 대학들은 접시를 줄여나가야 했다. 학령 인구를 파이(Pie)에 비유하자면 그렇다. 취재원 A 씨가 지역대학의 현 상황에 대해 내놓은 은유다. 그래서 모두의 접시가 줄었을까. 그렇지 않다. 근 20년간 전국 320여개교의 입학 정원은 18만여명이 줄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 110여개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대에 그친다.

파이는 수도권의 접시를 먼저 채운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 관계자 조차 당연한 이치로 본다. 이를 두고 지역대학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집중된 데다가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70% 이상이 한 데 쏠렸다. 기형적인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아 지역과 지역대학의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없다. 현 정부는 그동안 억제해온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된 수도권 대학은 1991년 정해진 전체 정원 총량 이상으로 정원을 늘릴 수 없다. 인구 과밀을 억제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이후 20여년간 정원 감축 등으로 총량 내에서도 8000명 가량의 여유분(?)이 발생했다. 사립대 1개 규모에 달하는 이 여유분을 첨단학과에 한해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계획이다. 비수도권 역시 증원이 가능하지만 대입생들은 수도권의 정원을 먼저 채운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채울 정원이 늘어난다면 비수도권의 충원율이 급감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이는 줄고 있다. 당장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봐도 10년 뒤 수험생이 될 수 있는 18세 인구는 올해보다 3만명이 줄고, 이후 5년 뒤에는 13만명이 줄어 30만명대 초반에 머물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과거부터 정원 감축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지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늘린 수도권 대학의 접시를 앞으로 닥칠 상황에 맞춰 다시 줄일 수 있을까. 정부는 재정 지원을 미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해왔다. 수도권에선 동참할 근거가 되기 어려웠다. 충원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등록금 수입은 유지되고 각종 산업이 지역에 집중돼 사업이나 기부금 수입도 짭짤하다. 정부 지원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에 쏠렸다. 2018~2020년 수도권 1개교당 평균 지원액은 161억원, 지역보다 30억원 많았다. 여건이 비교적 좋다 보니 앞으로 계획된 정원 감축에는 수도권 대학 26%만이 참여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반도체학과 정원 증원에 힘을 실으며 ‘지역균형발전’이 중차대한 정책의 발목을 잡는단 지적이 나왔다. 기존 정원 내에서 학과를 만들면 학제 개편 등 문제로 수도권과 지역대학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A 씨는 뒷목을 잡았다. 그의 반응을 그대로 전하며 글을 끝 맺는다. "지역에선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동일하게 감축해야 한다고 요구 중인데 인구 감소나 지역 소멸 위기는 제쳐두고 반도체만 볼 문젠가. 첨단학과가 필요하다면 수도권도 지방대처럼 현행 제도 안에서 고통을 함께 감내하고 분담하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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