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조·대전본사 경제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일조했던 지역화폐가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내년도 정부의 예산안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대전의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비지원 없이 지자체의 예산만으로 운영해야 한다.

앞서 온통대전에 지원됐던 국비(시비 별도)는 2020년 451억원(시비 323억원), 지난해 903억원(시비 1208억원), 올해는 541억원(시비 1273억원)이다.

온통대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2000억원 가량을 대전시에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 등에 대전시는 온통대전을 폐지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내년도 정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지역화폐는 지역 내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혜택이 제공돼 정작 도움이 절실한 저소득층·영세 소상공인보다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이나 손님이 많은 중·대형 점포에 혜택이 크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업종별 매출액, 종업원 수 등을 따져 지원 범위를 생계형 골목상권이나 5인 미만 사업체 등으로 좁히면 혜택의 쏠림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최근에는 대부분의 지원제도 등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서 고령층 등 온라인 소외계층은 지자체의 직접 지원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온통대전이 발행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이로 인한 매출 증가액은 4683억원이 발생했는 데 온통대전 사용액의 21.9%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온통대전의 사용처가 소상공인으로 제한되는 덕분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에 발생했을 매출이 지역 소상공인 매출로 전환된 것이다.

또 최근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존폐기로에 놓은 지역화폐 온통대전’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온통대전이 매출 진작과 지역소비 활성화, 지역공동체 의식 강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지역화폐의 사용 이유가 초기에는 캐시백 혜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증가하면서 지역경제 선순환의 단초를 마련했고, 공동체 의식 강화에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지역 소득의 역외 유출 방지, 지역 균형발전, 대·중소기업 양극화 완화 등 이미 검증된 사업이다. 정부 지원 폐지를 이유로 무작정 지역화폐를 없앨 것이 아니라 3고로 시름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역화폐의 보완·유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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