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유독가스 차단, 매연 희석하는 제연설비
지하1층 주차장 전무…일부 배연설비만
소방법상 제연설비 의무설치대상 아냐
스프링클러 작동 믿고 설비 안 갖춘듯
스프링클러·소화전 정상작동여부 조사중
합동감식반 화재 원인 곧 밝힐 예정

▲ 27일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합동현장감식 조사원들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노동자 7명이 숨진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주차장에 제연설비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3·4면

27일 현대아울렛에 따르면 전날 화재 참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 1층 주차장에 설치된 제연설비는 없었다.

현대아울렛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 제연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다"며 "실내를 환기할 수 있는 급배기시설만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건축법과 소방시설법은 연기나 유독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배연설비와 제연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연설비는 화재 시 발생한 유독가스를 단순히 건물 밖으로 배출하는 시설인 반면 제연설비는 유독가스를 차단·배출하고, 매연을 희석시켜 피난과 진화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소방시설이다. 불이 났던 아울렛 지하주차장은 소방시설법상 제연설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보니 일부 구간에 배연설비만 설치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대원들은 제연설비 부재로 주차장에 가득 찬 연기 때문에 진화와 인명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한 소방관은 "지하 주차장에 연기가 남아 있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소방당국은 오전 8시48분 최초 발견을 시작으로 7시간30분가량이 지나서야 마지막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제연설비 부재를 지적하는 동시에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인세진 우송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지하주차장은 소방법상 의무적용대상이 아니니 제연설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할 것이란 기대만 갖고 설치하지 않는데 안전이라는 게 교과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수한 화재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면 저렇게 짧은 시간에 연기가 확산되기 어렵다"며 "안전의 이중화라는 의미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비해 제연시설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 대해 현대아울렛 측은 "구조대가 진입했을 때 지하 1층 바닥에 물이 있었다"고 26일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이날 진행한 현장 감식을 통해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 여부와 화재 원인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작동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최초 발화지점으로 의심되는 차량의 바퀴를 들어서 잔해물을 수거하고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39분경 1차 감식을 마친 감식반은 오는 28일 추가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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