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섭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민원인에게 오늘 중으로 입금하지 않으면 칼 들고 오겠다고 협박을 당했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 내부 전산망에 최근 게시된 글이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이 기피하는 부처에 속한다. 이유는 근로감독관이 고용노동부의 대표적인 업무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또 업무량이 상당한 데다가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 사이에서 감정적 소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칼을 들고 찾아오겠다는 민원인’, ‘감정이 격앙돼 감독관의 뺨을 때리는 민원인’이 감독관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이다.

임금체불 신고사건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기에 발생하는데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법의 일반원칙에서 계약 불이행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대적인 노동관계 아래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약자의 지위에 있다는 전제가 근로감독관 제도를 통해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근거가 된다. 정해진 시간에 성실하게 노동을 제공하겠다는 노동자의 약속,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사용자의 약속이 충돌할 때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신고사건이 제기되며 감독관이 개입하게 된다. 그런데 이럴 때 마음을 다치게 되면 모두가 감정노동자가 된다. 노동자는 당연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서, 사용자는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서, 근로감독관은 공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려고 하다가도 마음을 다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민원인이 칼을 들고 찾아오고 뺨을 때린다면 정당하게 행사돼야 할 감독관의 권한이 위축돼 모두의 손실이 된다. 근로감독관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겪고 있는 고충과 생채기는 선배 세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을 현장에 안착시키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선배 세대의 행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민원인에게 당신의 공정함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사실 두렵고, 자신의 건전한 언행이 불이익한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고용노동부는 돈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말하지 말고, 최선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을 때 형사처분이라는 도구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민원인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감독관은 어느 일방의 수급인이 아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그것을 받아주기 위해 돕고, 때론 사용자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돕는 일이 감독관의 일이다. 근로감독 업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노동자와 사용자도 감독관이 성심껏 자신을 돕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목소리를 높여 겁박을 주는 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나 버렸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근로감독관이 각자의 자리에서 합리적인 역할로 최선을 다할 때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명확해진다. 원래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몰라서 법을 위반하는 사용자를 돕고, 예기치 않게 임금체불의 피해자가 된 근로자를 돕는, 노사 양측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당사자로서의 공감과 경험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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