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연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몇 해 전에 ‘바이트댄스’라는 중국의 인터넷기술기업이 출시한 ‘틱톡’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에 있는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하드웨어정보, IP정보, GPS정보까지 몰래 빼간다며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무조건 지워야 할 앱으로 여겨졌었다. 틱톡의 이런 ‘백도어’논란은 중국의 화웨이가 중국의 정보스파이 활동에 참여했다는 의심으로 안드로이드 등에서 퇴출되고 사드배치 갈등까지 더해져 우리사회의 ‘혐중’ 정서 확산의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틱톡’은 3초에서 3분에 이르는 짧은 루핑 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콘텐츠이용과 제작이 간편하여 주 이용자 층이 아동·청소년이 대부분 었다는 점에서 더욱 사회적 관심이 높았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동·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환경에 대한 제고와 그들이 즐기는 디지털 놀이문화인 ‘앱’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환기시켰으니 본의 아니게 ‘긍정적인(?)’역할을 했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런데 당시 ‘틱톡논란’에 대해 안타까움도 가졌었다. ‘4차산업’ 등의 용어로 치장하지만 결국 현대 자본주의에서의 경제활동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으며, 디지털 경제라는 것은 ‘행동 타깃팅’, ‘자동화된 정보처리’, ‘프로파일링’, ‘의무적 신원 확인’, ‘정보 필터링’ 등 고객들을 ‘관리’하는 기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경제, 빅데이터 사회 등의 새로운 용어로 치장하더라도 그 본질은 마찬가지이다. 즉, 이미 디지털미디어 사회에 도래한 우리사회에서 ‘틱톡만’이 문제가 아니고, ‘앱 삭제’만으론 디지털미디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동청소년들에게 필요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첫 반응으로 우리는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며 ‘틱톡논란’에선 그 원인을 ‘혐중’ 같은 감정에서, 해결책으론 ‘삭제’ 같은 즉각적인 반응을 떠 올리는 것이다. 때문에 ‘틱톡 논란’ 이후에도 우리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사건’을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이를 디지털 문명인들의 대응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불가역적으로 디지털 환경이 지속적으로 확장·진화하면서 우리의 일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NFT 등 가상세계에서의 다양한 사회·경제 활동이 환호받는 ‘네트워크 종속사회’가 도래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아동·청소년을 비롯하여 전 국민의 ‘디지털 프라이버시 권리’가 최근 미디어교육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라이버시 권리’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다. 또한 우리사회는 프라이버시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 범위를 우리사회의 집단주의적 문화와 정치권력의 오랜 검열과 감시로 ‘이름’, ‘주민번호’ 같은 ‘개인정보’로 좁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이용자·고객의 개인정보, 전자상거래를 통한 경제정보, SNS를 통한 정치성향 등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관리되는 디지털사회에서 디지털프라이버시 권리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디지털문명’은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 올 한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모색해 볼 수 있는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다.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는 충북도민들의 건강한 미디어 생활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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