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대전시 시민공동체국장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 재미있던 콘텐츠는 다시 본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랬다. 아마 1997, 1994, 1988 세 시리즈를 정주행하지 않았더라도 몇몇 재밌는 장면은 많은 분이 보았을 것이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이 재밌었다.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라 더욱 공감했고, 그때로 돌아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다.

꾸준히 재방송되고 있는 이 드라마가 요즘 새삼 떠오른다. 우리시가 복원하고 싶은 마을공동체가 드라마 안에 그대로 녹아있다는 생각에서다. 정과 유대감이 넘치던 그 시절 공동체에 대한 향수가 다시 보는 이유가 아닐까?

낮은 담장이 이웃한 쌍문동 골목, 그 안에는 모두를 모이게 하고 소통을 통한 화합과 행복을 선물하는 공간이 있다. 덕선, 정팔, 선우, 도롱뇽이 늘 찾는 택이방, 그 곳에서 그들은 춤추고, 라면 먹고, 책 읽고, 비디오도 같이 본다.

어른들도 모인다. 엄마들끼리 모여 고구마에 김치를 걸쳐 먹으며 갱년기 서글픔을 위로하고, 동네 어른들이 모여 크리스마스에 꼬마 진주를 위한 이벤트도 모의한다. 정환이네 거실이다.

드라마를 보며 저런 곳이 아직 남아있을까? 부럽고 궁금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이 대전에도 있다. 벌써 26군데가 생겨서 어떤 때는 택이방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환이네 거실이 되기도 한다. 바로 주민소통사랑방인 ‘시민공유공간’이다.

이용하는 시민에게 물었더니 "놀이터", "재미있는 거 하는 곳", "시원한 쉼터", "주민들의 안식처", "쉬어가는 기차역"이란다. 이런 공간을 우리가 만들다니, 뿌듯하다. 시민공유공간은 2019년 시작해서 다양한 주민들이 모여 배움, 돌봄, 나눔 등 여러 활동을 함께 하며 소통하고 화합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을 빈 공간에 조성하는 주민자치형, 공공시설을 활용한 민관협력형, 마을계획 의제로 만들어지는 마을계획형이 있는데 모두 마을주민이 주도한다. 주민들이 공간을 찾으면 건축전문가, 대전사자본센터와 협력해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청소년 중심 공간, 시장상인들의 쉼터이자 회의실, 어르신과 청년세대 소통공간, 새로 이사 온 주민 환영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공간에서 뜨개질 재능을 기부하는 분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뜨개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한다. 아이들은 방과 후 책도 읽고 친구들과 놀고 공간에 비치된 도구로 재밌는 실험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재밌는 놀이를 하는 곳’이다.

건축가 유현준은 ‘어디서 살 것인가’에 "소통의 단절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썼다.

시민공유공간이 이런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마침 새로 조성될 시민공유공간도 공모하고 있다. 오늘 가까운 시민공유공간의 문을 열어보자. 환하게 웃는 얼굴이 반겨줄 것이다. 그 공간에서 덕선이도 택이도 되어보자. 공간의 주인은 바로 우리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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