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사)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대선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살얼음 판세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어둠의 터널 속에서 걷히기도 전에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최근까지 건설현장의 화재사고, 광주아파트건설현장의 붕괴사고까지 가세하면서 금년 겨울이 길어 보인다.

항상 사고가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처벌법만 강화해 오더니 결국은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건설산업의 선진화는 또 여기서 멈춘 것이 아닌 싶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아직까지 산업현장에서 변화를 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난에 항변의 여지는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산업재해와 관련된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278만 명, 부상자는 3억 74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ILO는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이 전 세계 GDP 총액의 약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인명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산업재해란 노동 과정에서 업무상 일어난 사고 또는 직업병으로 말미암아 근로자가 받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말한다. 산업혁명으로 생산방법의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해 근로자의 사고와 질병이 증가하자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이 각국에서 제정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하면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예방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결국은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왔다.

이 법의 시행에 있어 경영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우려 목소리를 방관할 수 만은 없다. 먼저, 사업자가 안전보건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더라도 중대재해를 100% 방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이다. 중대재해가 사용자 측에서 제공하는 작업환경뿐 아니라 근로자의 부주의나 실수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닌 불확실성이 커서 의무시행 주체와 의무이행 방법 등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횡행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법 적용과 관련한 많은 다툼과 혼란이 있을 것을 우려된다. 하지만,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여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건설사업자들은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만들고 안전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안전은 누구의 책임이 아닌 전 구성원이 지켜야 하는 핵심가치다. 그리고 개별사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 안전예산 관리표준, 근로자 의견청취 절차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규정과 지침서를 정비해야 한다. 위험작업에 대해서는 작업허가제를 도입하고 사고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그 밖에 적격 하수급업체를 선정하는 기준과 하수급업체의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보 및 상생협력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산업에서 안전 문제가 중요하지만, 건설산업은 특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건설현장에는 수많은 인력과 중장비, 자재들이 쉴 틈 없이 오가고, 발주부터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복잡한 공정 단계와 건설현장이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의무사항을 성실히 수행한다 하더라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을 면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발생 전 예방이 아닌 발생 후 처벌에 방점을 찍고 있는 불만이다. 중대재해법이 애초부터 산재 사망 예방보다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초점을 맞추면서 핵심을 비켜가는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의 정착을 위해서는 건설산업 체계적 시스템을 한번 명확히 점검해 보고 복잡한 건설산업 계약체계 등을 과감하게 개선하는 방안도 과제다.

그동안 어떤 대책이 나와도 줄지 않는 산업재해에 대해 더욱더 신중하게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여 재해의 원인을 찾아 처벌보단 예방에 방점을 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근로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발주자, 시공사 그리고 근로자가 안전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건설산업의 일관된 총체적 안전대책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하도록 계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지원사업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새해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모두의 노력과 실천으로 우리의 일터가 사람 중심의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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