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요 며칠 겨울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씨지만 집에만 있으면 밖이 추운지 더운지 잘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발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이렇게 추운 날 아궁이에 불 피우고 가마솥에 밥해 먹던 시골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우선 시골의 겨울 풍경은 도시에 비해 정겨움이 먼저 떠오른다. 해 질 무렵이면 어느 집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동네 집들의 굴뚝에서는 뽀얀 연기가 하나, 둘 피어 올라오기 시작한다. 시골 부엌은 도시의 부엌에 비해 청결하거나 인체 공학적이지는 않지만,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 포근함을 느낀다.

적당히 연기가 차 있는 부엌.

아궁이에 불을 피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불 쏘시개로 마른 솔 잎을 밑에 깔고 그 위로 작은 나뭇가지들을 올린다. 그리고 불을 붙이고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불어주면 제법 불이 잘 붙는다. 이렇게 불을 피워 놓으면 한쪽 아궁이에서는 어머니가 저녁밥 짓기에 한창이다. 아궁이 속에 벌겋게 달아오른 숯을 그냥 두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다 밭에 쳐 놓은 새 그물에 잡힌 참새라도 있는 날에는 아버지가 부지깽이로 불 속을 헤치고 형과 내가 잡아 온 참새를 구워 주신다.

참새가 없는 날에는 가을에 수확해 놓은 고구마를 숯에 묻어 놓았다가 꺼내 그 자리에서 먹는 맛이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로 그 맛을 표현한다고 해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저녁상 반찬이라고 해봐야 김장 김치와 동치미, 시래기 무침에 된장찌개가 전부였지만 그것이 진정한 웰빙 밥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여기에 사기 주발에 소위 ‘머슴밥’ 이라 불릴 정도로 주발 위로 수북이 쌓이도록 밥을 퍼 놓았다.

농사를 지으려면 많은 활동량이 필요한데 육류 등의 영양소 섭취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수북하게 쌓인 밥으로 대신했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게 일주일에 겨우 한두 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는 ‘밥 때’만큼은 모든 식구들이 모여 정겹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식사를 즐겼다. 이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아쉬웠지만 왠지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다사다난 했던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먼 훗날 우리 가슴속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따뜻한 추억이 되길 희망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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