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재 청주시 상당구 하천방재팀장

‘청렴’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불현듯 생각해 본다. 청탁금지법 시행 시, 일각에선 우리나라 특유의 정이라는 문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마음만으로는 상대에 대한 표현이 통하지 않아서인지, 예전부터 스스럼없이 보여주던 주변인들의 모습이 통상적인 흐름이라 느껴서인지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불합리한 요소들이 하나씩 그 자리를 비우며 올바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은 무엇을 주고받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고 상대방을 아끼면서 생기는 마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들은 공직자들의 불공정, 부도덕한 행동 등을 단연코 부패라 인식한다. 이러한 부패의 절망감은 사회의 질을 떨어뜨리고 혼탁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급기야 한 국가의 기초체력인 공직 문화의 기틀을 상실함으로써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하지만 믿음과 신뢰를 기본 바탕으로 한 우리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은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함과 동시에 그동안 일반 국민들이 바라보았던 부정적인 시각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마련됨은 분명하다. 이를 위한 답은 ‘청렴’이다. 고사성어에 ‘모야무지(募夜無知)’라는 말이 있다.

‘깊은 밤중에 하는 일이라 보고 듣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모른다’라는 뜻으로 몰래 뇌물 등을 주는 것을 비유해서 하는 말이다.

중국 후한(後漢)의 양진(楊震)이라는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 벼슬의 자리에 올라 있을 때 과거에 도움을 받았던 왕밀(王密)이라는 사람이 고마움의 표현으로 양진에게 "한밤중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라며 금 10근을 건네주었으나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알고 있는데(天知神知我知子知) 어찌 모른다고 말하는가"라며 양진이 이를 거절하며 따끔하게 혼을 내자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주려 했던 금을 갖고 물러났다는 내용이다. 현재 우리는 깨끗한 공직사회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겸비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속적인 교육 시행과 자율적 의식 함양 등을 진행하고 있다. 어떠한 일에 대하여 각각의 가치 판단에 따르지만 자의든 타의든 부도덕한 결과는 결국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부정과 부패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종국에는 오물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를 삼키게 된다. 물적 포장이 아닌 서로 간의 인식 변화를 기조로 한 인적 쇄신 바람이 불 때, 건전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청렴(淸廉)이라는 단어 속에 맑고 깨끗한 청(淸)이라는 한자음이 우리 청주(淸州)에도 중복된다. 그 어느 지역보다 더욱 청렴에 근접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마련된 것은 아닌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청렴과 청주를 이어가며 마치 언어유희를 하듯 ‘청’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맑고 깨끗한 시대정신이 바로잡힌 끈끈한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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