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훈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내가 일하는 곳은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라는 곳인데 독자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과거에는 문자를 읽고 쓰는 '문맹 퇴치'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미디어 활용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 바로 시민의 '미맹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공공기관이다. 미디어를 건강하게 읽고, 쓰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도와주는 곳이다.이제는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 사람들이 모여 삶에 대해서 논하고 소식을 전하며 토론을 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그리스의 '아고라' 시대와 비슷한 점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유튜브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 SNS뿐만 아니라 AI, 빅데이터 등 우리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와 콘텐츠 등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러한 미디어환경에서 참여자의 윤리, 책임감, 비판적 사고 등의 시민의식이 더욱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은 온라인 공간이 과거 '아고라'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혐오표현, 허위정보의 증가는 지금까지 인류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그릇된 표현 방법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토마스 에머슨은 '자유로운 의견 표현은 개인이 공동 사회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며 사회적 변화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가치를 갖는 권리'라고 말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영국의 대영박물관, 런던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뉴욕 현대예술박물관을 비롯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등에 차례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던 예술가 뱅크시의 활동 사례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라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된 전시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정작 실상은 달랐다. 왜냐하면 그는 애초 정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권위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에 자신의 작품들을 몰래 가져다 전시해 놓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도둑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그토록 엄숙한 공간에서 그것도 이미 인정받은 최고의 예술품들과 섞인 채로 짧게는 몇 시간씩, 또 길게는 며칠 씩 관람객은 물론 관계자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전시됐다.

기성의 관습이나 권력화된 제도 그리고 예술계의 엄숙주의를 줄기차게 조롱해 온 뱅크시가 벌인 이 상상력 넘치는 해프닝은 그 자체로 자신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더 없이 창의적인 퍼포먼스였다.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 여론에 따라 뱅크시는 오늘날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욕망을 표출하는 것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며 사실에 근거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뱅크시는 남이 아닌 자신이 창작한 예술작품을 전시공간에 전시했고 기존 예술계의 엘리트주의를 작품과 퍼포먼스로 비판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며, 듣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단,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다.자극적인 가십거리가 즐비한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판단해야 하는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역량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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