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열과 반목은 굴절된 역사에서 비롯됐으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진상규명특위를 국회 내에 만들자"고 제의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진상규명특위 제안을 환영한다. 누구도 지난 역사의 암울함과 왜곡을 털어 내자는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그 귀결이 국민 대화합과 통합을 일궈 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야당은 무조건 정치적 사안으로 치부하여 거부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밝혀야 한다. 야당 내 일부 소속 의원들이 찬성하고 나섰지만, 야당 공격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지난 정권에서도 '역사 바로 세우기'와 '제2의 건국'도 따지고 보면 역사에 대한 재손질 작업이었고, 그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국민을 믿고 진실 규명에 참여하길 바란다.복잡하고 다선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손질은 어느 정권하에서도 말끔하게 정리된 적이 없다. 이런 연유에서, 특정세력과 대상을 상대로 정치적,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국론분열과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진실 규명을 통한 국민 대통합을 이끌어 내는 화해의 공감대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 역사의 진실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이어야 한다. 어설프게 꺼내 놓고 몰아치는 마녀사냥식의 진실 규명은 안 된다.

이런 일련의 부작용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조사의 주체와 대상이 객관적,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각계 전문가를 활용하되 감정적 접근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명확한 자료와 문서에 근거하여 정리돼야 한다. 과거의 아픔을 갖고 접근하거나 유물사관과 같은 이념적 성향이 배어 있는 역사 인식을 가진 자가 나선다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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